"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정부지원금 모아 수재의연금 100만원 기탁
기초생활수급자 이무임 할머니


컨테이너에 사는 독거노인이 정부지원금 등으로 모은 100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선뜻 내놓은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경남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시 명법동의 한 고물상 인근 컨테이너에 사는 이무임(78) 할머니가 최근 김해 종합사회복지관에 수재의연금에 사용해달라며 100만원을 기탁했다. 이 할머니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숨이 막힐 지경인 6평도 되지 않는 좁은 컨테이너에서 낡은 가재도구와 찢긴 장판 등과 함께 수십년째 기거하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이 할머니는 "처녀 때 고향마을에 물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50가구 중 살아나온 사람이 30명도 안됐고 당시 생후 5일된 젖먹이를 안고 목숨을 건진 새댁의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다"며 "그때 생각이 나서 성금을 냈지만 별로 잘 한 것도 없다"며 겸손해 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복지관에 맡긴 1만원권 지폐 100장 중 60여장에는 곰팡이가 얼룩져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가 정부로부터 매달 지원받는 33만원 중 일부를 아껴 장판 밑에 소중히 보관한 흔적이 역력해 복지관 관계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이 할머니는 17세의 나이에 결혼했지만 6ㆍ25전쟁 때 남편을 잃고 21세에 홀몸이 된 뒤 정처 없이 전국을 떠돌다 15년 전부터 우연히 지금의 컨테이너에서 외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열악한 자신의 삶에도 불구하고 이 할머니는 컨테이너 옆 공터에 텃밭을 일궈 상추와 고추 등의 농작물을 가꿔 복지관 직원이나 주변 이웃에게 나눠주는 등 평소에도 넘치는 '정'을 나누기에 바빴다는 것이 복지관 측의 전언이다. 이 할머니는 "죽으면 모두 불 속에 들어갈 건데 욕심부려서 뭐하냐"며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는 현대인에게 짧으면서도 따끔한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복지관 측은 수재민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이 할머니의 뜻에 따라 지난 10일 100만원을 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