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서 “지분 7∼8%주겠다” 적극 구애/재벌기업군선 “독자노선 공동추진” 제의/돈되는 컨소시엄 저울질… 막차 탈듯「한전이 어디로 뛸 것인가.」
정보통신부가 최근 신규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을 발표함으로써 제2시내전화사업자 컨소시엄 구성이 초읽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전의 향배에 관련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전의 선택은 컨소시엄의 구성 및 사업권의 향방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현대·대우·효성·금호 등 5개 대기업그룹의 연합군은 5일부터 실무자급의 정례협의기구까지 가동하며 대데이콤 공동전선을 구축해 놓고 있는 상황. 때문에 한전이 누구손을 들어주느냐는 그랜드컨소시엄이 성사되느냐, 깨지느냐를 가름하는 결정변수가 됐다. 한전은 올초부터 시내전화사업 추진기업들과 다양한 채널로 접촉해 왔지만 아직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장고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한전을 만나는 기업들은 모두 시내전화 컨소시엄의 「대주주」를 꿈꾸는 기업들이다. 우선 데이콤은 한전을 잡아야 소망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 성사된다고 보고 있어 한전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전화사업자에 대한 주식소유제한으로 최대 10%까지 밖에 지분을 못갖는 데이콤은 한전에 7∼8% 정도를 할애, 제2주주의 지위를 주더라도 끌어들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전은 이같이 파격적인 데이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의사표시를 선뜻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른 기업들의 또 다른 제안이 쏟아지기 때문.
컨소시엄 참여조건으로 데이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대우 등 5대 재벌그룹들은 한전을 만나며 데이콤을 배제한 독자노선 가능성을 모색중이다. 최근엔 한국이동통신도 한전과 따로 만나고 있다. 한전이 2대주주인 회선임대사업자 두루넷도 독자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한전과 꾸준히 협의중이다.
따라서 한전은 문이 닳도록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높아진 위상을 한껏 즐기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내심 공기업에 대한 통신사업 지분규제가 언젠가는 풀려 자신이 최대주주가 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한전 정보통신사업실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을 주도할 수 없는 처지』라고 운을 떼고, 『유휴설비 활용차원에서 참여는 할 방침』이라고 원칙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는 또 『민간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오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여 시간을 끌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는 내부 분위기를 시사했다.
그러나 재계는 한전이 「칼자루」를 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전이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판 자체를 휘두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한전은 한계가 분명하다. 어시스트는 할 수 있어도 스트라이커는 될 수 없다. 공기업의 통신사업자 최대주주를 금지하려는 정통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정통부의 석호익 정책심의관은 『공기업에 통신사업의 대주주를 허용하는 것은 동일인 지분제한제도를 철폐할 때쯤일 것』이라고 말해 상당기간 불허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또 통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데서 생기는 신규통신사업의 기회는 민간의 몫이지, 공기업이 차지해선 안된다는 명분은 아직 설득력이 크다. 특히 한전은 통신사업참여의 발판이 된 온세통신에서 대주주들과의 갈등으로 최근 20여명의 관계자가 모두 원대복귀하는 등 통신업계에선 「한전이 끼어서 좋을게 없다」는 경험칙마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전은 자유로운 움직임이 상당히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데이콤이든, 아니면 한국이동통신, 대기업연합군, 두루넷이든 가장 힘있어 보이는 컨소시엄의 우산밑으로 막차타듯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이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