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인사 구도 바뀌나

김정태 회장 조직 안정 위해
김종준 행장 등 연임 밝혔지만
악재 맞물려 일부 교체 가능성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다음달 초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및 이사회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최근 대내외 공식 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하나금융 차기 인사 구도 구상에 착수한 상태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주요 자회사 대표들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하나캐피탈 등의 비자금 여부와 관련한 금융당국 및 검찰의 수사에 이어 최근 불거진 수천억원대 대출 사기 연루가 차기 인사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자회사 10곳 가운데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이사는 무려 6명에 달한다.

주요 계열사의 김 행장과 윤 행장을 비롯해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대표, 정해붕 하나SK카드 대표, 김태오 하나HSBC생명 대표,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 등이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최흥식 사장의 임기가 오는 3월23일 종료된다.

하나금융은 다음달 초 경발위를 구성해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는 최 사장과 김 행장, 윤 행장의 연임 여부를 1차적으로 결정하고 3월5일 이사회를 거쳐 연임을 확정하게 된다.

일단 금융계에서는 김 회장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최 사장과 김 행장, 윤 행장을 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김 회장도 지난 1월 공식 석상에서 "김 행장과 윤 행장이 연임하는 게 (조직 운영을 위해) 편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관계회사 경영관리위원회에서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기타 계열사 사장 중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법인 출범 이후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정 대표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금융지주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인사 구도에 변수도 존재한다. 하나은행은 최근 불거진 KT ENS 납품업체들의 대출 사기로 홍역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의 대출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김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른바 '그림 사건'의 상처가 깊은 상황에서 대출 사기까지 이어지면서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내·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실상 칩거 상태에 들어가며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자회사 대표들이 대부분 유임될 것이라던 당초 전망과 달리 일부 교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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