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LG/3대그룹 정보통신 해법 제각각

◎HW­전자,SW­정보기술 몰아주기-현대/계열사들 사안별로 조정 갈라먹기­삼성/개별업체들 자생력 존중 두고보기­LG「몰아주기와 갈라주기, 그리고 두고보기」 현대·삼성·LG 3그룹은 정보통신 계열사간에 출혈 경쟁과 중복 투자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조정하는데 대해 제각기 색다른 해법을 보이고 있다. 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여 시스템통합(SI)·소프트웨어(SW) 등 비슷한 사업을 전략적으로 핵심 업체에 사업을 집중시키는 「몰아주기」방식을 펼치고 있다. 현대는 최근 현대전자와 현대정보기술을 두 축으로 정보통신사업을 양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전자에 하드웨어사업을 전담시키고 현대정보기술에 SW사업을 집중시킨 것. 이에 따라 현대정보기술은 현대전자·현대포스시스템·현대미디어·현대경제사회연구원 등 계열사로부터 SI·SW·인터넷 등 대부분의 사업을 이관받았다. 삼성은 사안에 따라 꼭 필요할 경우에만 그룹이 물밑에서 조정하여 프로젝트별로 주요 업체들이 「갈라먹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최근 총 7백억원대로 최대 규모였던 영종도 신공항 전산화 프로젝트에서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각각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했다. 계열사간 정면 충돌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SDS가 극적으로 사업 참여를 포기한 덕택에 삼성전자가 경쟁사를 제치고 사업을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룹의 물밑 조정과 「갈라주기」 정책이 먹혀든 것이다. LG는 계열사의 자율을 존중하는 편이다. 비슷한 사업영역을 가진 LG미디어와 LG소프트웨어를 최근 LG소프트로 통합했지만 아직 LG소프트와 LG­EDS시스템이 맞겨루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그룹은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SI를 주력으로 하는 「합작기업」 LG­EDS와 SW를 위주로 하는 「토종기업」 LG소프트 모두 SI시장에서 높은 수주력을 보이며 자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그룹이 손댈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 3그룹 모두 현재의 「몰아주기」·「갈라주기」·「두고보기」 해법에서 제각기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현대는 현대정보기술의 덩치는 커졌지만 급한 통합에 따른 내부 인력간의 알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삼성은 주력 SI업체인 삼성SDS가 국내 업계 1위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대외 사업에서 심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LG는 LG소프트와 LG­EDS 모두 대외 SI사업에서 높은 수주력을 보이지만 「집안싸움의 불씨」를 항상 남겨놓고 있다. 정보통신사업에서 이들 3그룹의 해법은 다른 그룹에게도 커다란 관심거리다. 인터넷사업을 놓고 (주)대우·대우통신·대우정보시스템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대우그룹을 비롯, 다른 그룹들이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기 대문이다.<이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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