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종이로 빚은 생·멸·윤회

재미작가 박유아 개인전 '통과의식' 주제뉴욕에서 활동중인 작가 박유아가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통과의식'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세계도자기엑스포에 출품했던 흙작업 '무덤'과 올해 제2회 한국현대미술제(KCAF)에서 보여줬던 '문'이 복합되는 현장미술 형식의 내용을 보여준다. 인간의 생과 멸 그리고 반복되는 윤회를 상징하는 무덤, 그 생과 사를 넘나드는 통로로서의 문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문은 인간과 인간의 내면을 드나드는 의미도 함께 한다. '무덤'은 흙벽돌 가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광주의 조선관요박물관 야외공원에 전시됐던 형태 그대로다. 흙은 가마 속에서 불에 탈대로 탄 뒤 도자기로 새로 태어난다. 말 그대로 생성의 공간인 것이다. 가마 조형물은 산모의 배부른 모습을 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고대의 석관묘를 연상시키는 무덤으로 가는 통로에는 짙은 회색 기와들이 줄지어 있다. 행렬이 지나가는 길옆엔 사람 크기의 종이 천들이 흔들리며 망령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전생들의 그림자다. 한국의 전통 장례의식은 구슬픈 가락에 맞춰 행렬이 움직이는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있다. 종이천들의 간격은 그 장송곡들의 가락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나 지금의 작업을 위해 붓을 과감히 집어던졌다. 유한존재인 인간을 표현하는 재료로 흙과 펄프를 사용하고 있다.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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