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와 중동ㆍ서남아시아 정부가 정보보안 문제로 갈등을 벌이는 바람에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게 됐다.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이동통신 기업인 에티살라트는 UAE 내 블랙베리폰 서비스 중단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가입자가 원할 경우 삼성 갤럭시S폰ㆍ웨이브폰, 아이폰, 노키아 E72, 소니에릭슨 X10 등 11개 기종의 휴대폰 중 1대를 무상지급할 방침이라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UAE의 다른 이동통신 기업인 두(Du) 텔레콤도 이와 비슷한 보상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블랙베리폰 이용자는 50만명에 이른다.
앞서 UAE 통신감독청(TRA)은 블랙베리 이용자의 이메일ㆍ메신저 송수신 데이터 등이 RIM의 서버로 바로 전송되는데다 데이터 압축ㆍ전송 방식이 독특해 정보당국 등의 감청ㆍ검색이 불가능,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는 10월11일부터 이메일ㆍ메신저 송수신 및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인도ㆍ파키스탄ㆍ이집트 정부도 RIM이 암호화한 데이터를 자국 정보당국이 해독ㆍ검색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RIM을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6일부터 블랙베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70여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젊은이들 사이에선 블랙베리가 남의 이목을 피해 이성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스마트폰 매출 향상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RIM은 인도ㆍ쿠웨이트 정부와의 협상에서 일부 양보를 시사했다. RIM은 일관된 기준을 갖고 모든 정부와 협상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에 특혜를 주지는 않을 것이며, 아직 합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각국 정부 관계자들도 블랙베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중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 신문 이코노믹타임스는 RIM이 인도 정부에 블랙베리 서비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메일은 15일 안에, 채팅 내용은 6~8개월 안에 인도 당국이 모니터링할 수 있게 협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쿠웨이트 일간지 알 자리다도 RIM이 3,000여개에 달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차단해달라는 쿠웨이트 통신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