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란 말의 남용

김영만 뉴욕 한국상의(코참) 명예회장 경제개발 과정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5년 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조금도 거부감 없이 한국사람들이 사용하는 잘못된 용어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너 회장' '오너 1세' '오너 2세'라는 말이다. 언론은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기업에서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이런 말을 사용하고 있다. '오너'라는 말은 소유주, 즉 주인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오너 회장'이라는 말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업의 주인임과 동시에 최고경영자로서의 회장'을 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대부분의 재벌 기업은 주식이 증시를 통해 공개돼 있고 상장회사 주식의 많은 부분이 다수의 투자가에 분산돼 소유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를 개방하면서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기업의 주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식회사의 경우 대주주와 군소주주가 모여서 기업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지 어느 개인이 기업 전체를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식회사에 오너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모든 투자자가 일정 지분의 소유자인 것이다. 기업 창업기에는 오너라는 말이 가능할 것이다. 이때도 중소 투자가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오너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기업 공개가 이뤄진 후에는 '오너' 혹은 '오너 2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투자가의 실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내 투자가들은 차치하더라도 외국 투자가들이 '오너 회장'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와 기대로 장기투자를 하거나 또는 앞으로 투자하려는 해외 투자가들의 입장을 헤아려볼 때 이런 용어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인간 행동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배한다. '오너 회장'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른바 재벌 회장이 말 그대로 재벌 기업의 소유주로서 행동하도록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벌 회장은 각 계열사의 중요 사업 결정과 인사 사항을 비롯, 그룹 전반의 업무를 소유주의 입장에서 전횡하고 있고 회장 자신은 자신이 기업의 소유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정부와 금융기관ㆍ언론기관, 심지어 소액 투자자들까지 소유주가 하는 일은 어떠한 일이라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마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주주총회든 이사회든 기업경영의 견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소유주로 착각하는 회장 앞에서는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재벌 회장들이 소유하는 주식 비율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수차례 공개된 바 있다. 회장 개인과 가족의 지분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그룹 계열사가 분산 소유하는 지분과 소위 우호지분을 합쳐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수준의 주식 소유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재벌의 소유 또는 경영지배구조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너'라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고 다만 '대주주' 또는 '대주주 회장'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용어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오너', 즉 소유주라는 입장과 '대주주'라는 입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는 행동과 의사 결정과정에서도 아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가들에게 주는 이미지와 기대는 전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재벌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재벌 회장이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재벌 회장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책임도 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전권을 휘둘렀고 그 과정에서 기업 부실이 생기고 이를 덮으려다가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한 한국사회의 통념과 정부의 정책방향은 소위 '오너'가 기업경영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므로 오너 경영인을 배제하고 전문 경영인을 더 많이 기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기업 경영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경영인의 자질과 사명감ㆍ책임감의 문제지, 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주주 경영자가 전문 경영자보다 혼신의 노력으로 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대주주 경영자의 황제적 경영이나 독선적 전횡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만의 권익이 아니라 다수의 소액주주와 해외 투자가의 권익도 함께 보호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재벌 개혁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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