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규제완화 놓고 정부-지자체 힘겨루기 예상 큰 틀은 변화없다…추가 정책 쉽지 않을듯
입력 2006.06.01 13:18:22수정
2006.06.01 13:18:22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함으로써 향후 부동산 정책의 향배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참여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였던 부동산 정책은 청와대와 여당이 정책결정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해 왔다는 점에서 선거 참패로 인한 정계개편은 정책운용의 틀마저 뒤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정책에 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책에 부응하는선거공약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건축 규제완화, 수도권 규제 철폐, 기업도시 유치 등에는 난색을 표명, 향후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서울 뉴타운사업 가속도 = 서울 도심권 노후지역의 주거여건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이명박 시장이 추진해온 뉴타운 사업은 한층 가속도를 내게 됐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이명박 시장의 정책을 이어받아 뉴타운 사업 50개 확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워온데다 구청장 자리도 한나라당이 싹쓸이,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개발사업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 내달 1일부터 발효돼 뉴타운 사업에 대한각종 인센티브와 정부 지원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정부는 섣부른 도심 노후화 지역 개선사업이 지난달 하순부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구청장 후보들이 뉴타운 사업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목동 등 일부 노후지역의 집값은 벌써부터 '개발기대감'에 호가가 급등하는 등 들썩이는 조짐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도심 노후 지역을 살기좋게 하겠다는데 대해 정부는 충분히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산과 사업계획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채 정부에 기대 사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집값 불안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서울시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무분별한 뉴타운 개발사업은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사업.규제완화 놓고 정부-지자체 힘겨루기 본격화 예상 =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공약으로 ▲재건축 촉진 ▲강남 대체 신도시 개발등 택지개발 확대 ▲공장 신.증설 규제완화를 내세웠다.
지방 기초자치단체장들도 너나 없이 기업도시 및 산업공단 유치 등 개발 공약을들이대 중앙정부에 대한 개발 압력은 더욱 강해질 공산이 크다.
이에대해 정부는 경기도의 택지개발 확대 등 부동산 정책에 부합하는 부분은 협조가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률과 대통령령은 중앙정부의 몫"이라며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 상황이나 국민적 합의와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한꺼번에 이를 추진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고 있는 재건축 규제완화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관련 법률이 이미 정비돼 '소형평형 및 임대주택 건축 의무비율' 등 이중규제 논란이 있는 것은 풀어줘도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아직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섣부른 규제완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면서 "다만 야당이 밀어붙이고 이를 정부가 막아야 한다면 예전보다 어려운 싸움이될 수 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 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 국가균형발전과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선거결과에 대해 향후 정계개편과 정책운영 향배에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온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퇴임, 선거후 예상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여당의 세력 약화 등으로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일힘이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조세 강화, 재건축 규제 등 필요한 수단들이 이미 입법화됐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이 요동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예고했던 '제3', '제4'의 정책마련은종전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8.31에서 3.30대책으로 이어져온 부동산시장 안정화 시책은 시행시기만 남겨둔 상태"라며 "정작 문제는 시장이 요동칠 때 추가적인 대책을 만들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달말로 예정된 아파트 청약제도, 수도권 발전방안도 관심이다.
정부는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여질 사안이 아니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없다"고 밝히지만 정계개편 소용돌이가 급박하게 이뤄지고 정권의 추진력이 약화된다면 정부계획은 일정상, 방법상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게 안팎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