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관인지 고생 좀 하겠다 했더니…"

潘외교, 차관시절 APEC유치하며 한말 실소

“어떤 장관인지 몰라도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행사 치르려면 고생 좀 하겠는 걸.” 이 코멘트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다. 그가 차관 재임 시절인 2001년에 외교일선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마침내 부산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뒤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그로부터 한 해 전인 2000년에 서울에서 열린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치르면서 차관으로서 정말 ‘잊기 힘든’ 고생을 했던 터여서 APEC 행사의 실무를 주관해야 할 미래의 외교장관에게 대한 연민의 감정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가 본인이 될 줄이야.상상이나 했겠어요?” 17일 박준우(朴晙雨) 장관 특별보좌관의 말이다. 사실 반 장관은 ASEMㆍAPEC 행사와 꽤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외교정책실장 시절인 1995년에 유치단의 일원으로서 ASEM 서울 개최를 성사시켜 2000년에는 차관으로서 행사를 치렀고 2001년에 차관으로서 APEC 부산 개최를 성사시켜 2005년에 장관으로서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 부산에서 반 장관의 하루는 오전7시 내부대책회의로 시작, 이어 본 행사 주재와 오찬과 만찬을 겸한 참가국 외교장관들과의 양자회담, 그리고 오후10시를 전후한 점검 및 대책회의, 다음날 행사 준비를 위한 ‘학습과정’을 거친 뒤 새벽 1∼2시 취침 등의 바쁜 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4시간 수면’의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귀띔이다. 부산 체류 사흘째인 16일 반 장관은 오전7시 김종훈 APEC 대사 등이 참석한 업무조찬을 한 뒤 오전9시 합동각료회의 주재, 그 직후인 낮12시30분 기자회견, 오후1시15분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어 영국 방송과의 인터뷰, 필리핀ㆍ파나마ㆍ브루나이 외교장관들과의 양자회담, 오후7시 APEC 참가국 각료들과의 만찬, 오후8시30분 광안리 해변에서 불꽃놀이 축사 등의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반 장관은 숙소에서도 여타 참가국들의 외교장관들과 ‘룸-투-룸’ 회동을 갖고있다는 후문이다. 반 장관은 비공개 회담까지 포함해 17일까지 모두 16차례의 외교장관회담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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