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마저 털어간 개인정보, 이젠 누구를 믿나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파문의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공공 시스템을 관리하는 현직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범인이다. 개인과 기업 정보 800만여건을 열어보고 이 중 24만여건을 몰래 빼낸 후 영세사업체를 대상으로 장사를 해 58억원이나 챙겼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 불법행각이 무려 5년이나 계속됐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는다.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만이 아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때는 청와대 행정관과 국가정보원·서초구청 간부가 대상 학생의 신상정보를 불법 열람하고 알려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여자친구나 여직원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무단으로 열어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는 일도 벌어졌다. 누구보다 정보보호에 철저해야 할 국가의 공복들이 사익에 급급하니 어찌 국민이 불안하지 않을까.

공무원의 정보접근이 쉬운 반면 감독은 허술한 탓이 크다. 마음만 먹는다면 주민등록번호·직장·소득·의료정보 같은 것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도 실태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안전행정부가 매년 1회, 주민등록 등초본 열람현황을 볼 뿐 사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점검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공공 부문의 개인정보 유출은 해킹이 아닌 내부자 소행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용도 외 열람 또는 유출이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정보접근 이유를 의무적으로 기록에 남기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해 '최소한 정부는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에 떠는 국민에게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졌다는 절망감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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