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이종철 STX그룹 해운·지주부문 총괄 부회장

"트렌드변화 선도해야 경쟁 이긴다"
시장 흐름 알아야 성장 가능 "올 매출 43% 늘려 83억弗"


지난 2004년 STX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올 1월 STX그룹의 해운ㆍ지주 부문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종철 부회장. 그는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메가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꼽는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의 큰 움직임을 경영진이 읽어내느냐, 읽지 못하느냐에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회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이 기업경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장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그의 경영철학의 핵심요지는 ‘내실있는 성장’으로 요약된다. STX팬오션은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04년 1조9,77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4조8,066억원으로 3.5배나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사상 유례 없는 장기호황에 대비해 미리 투자를 해 둔 덕분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STX팬오션의 자산규모는 8,527억원에서 2조9,547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STX팬오션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58억달러보다 43% 늘어난 83억달러(IFRS, 국제회계기준)로 잡아 국내 해운업체 최초로 80억달러 고지를 정복하겠다는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세웠다.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도 착착 진행중이다. 현재 사선 64척을 포함, 총 450여척의 선박을 상시 운영중인 STX팬오션은 지속적으로 사업영역과 서비스항로를 확대하고 있다. STX팬오션은 이에 따라 오는 2010년 사선 100척을 포함 총 700여척의 선단을 거느린 거대 해운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세계 해운시황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STX팬오션이 현재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계 해운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놀라운 도약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배려’와 ‘칭찬’을 통해 더욱 높은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업무를 추진할 때 근본적으로 사람마다 서로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는 전제를 갖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장점을 받아들여 자신의 견해와 종합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그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실제 이 부회장의 노트에는 ‘항상 칭찬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는 “상대방에 대한 호의가 질책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진리를 믿고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벌크선 영업의 달인’이라 불릴 정도로 오랜 해운 영업을 통해 특유의 비즈니스 감각을 터득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단기간의 시황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경험으로 터득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원칙과 기준을 갖고 길게 내다보는 안목이 강점인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벌크선이 호황을 맞고 있어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감각은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은 시황에 따라 성장과 침체가 반복되기 때문에 트렌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기업의 실적을 좌우한다”며 “STX팬오션이 국내의 다른 해운사들과 다르게 벌크선 위주로 선박을 운용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정확한 시황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철 부회장은 이종철 STX그룹 해운ㆍ지주 부문 부회장은 제물포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그는 법대를 다녔지만 사법고시 대신 일반 기업을 선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79년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에 입사한 뒤 한 우물만 파 온 정통 해운맨이다. 그는 해운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 26년만에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영업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려 경쟁입찰에서의 승률 90%를 자랑한다. 이 부회장은 2004년 STX그룹이 범양상선을 인수한 직후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된 뒤 사장을 거쳤다. 2008년 1월부터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TX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STX팬오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1953년 인천 출생 ▦1971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79년 범양상선 입사 ▦2000년 범양상선 제2영업본부장 상무 ▦2005년 STX팬오션 대표이사 사장 ▦2008년 STX그룹 해운ㆍ지주 부문 부회장 ◇ 경영원칙 ▦메가트렌드를 읽어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배려'와 '칭찬'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설득을 위해 노력 ▦내실있는 성장을 하라- 매출과 더불어 영업이익 확대를 통한 재투자 능력 확보 1989년 英주재원 시절 1,000弗로 7만톤 선적
'불도저' 같은 추진력 돋보여
이종철 STX그룹 해운ㆍ지주 부문 부회장이 1989년 영국 주재원으로 활약하던 시절. 당시 범양상선의 유럽 사업은 자체 영업망을 갖추지 못해 단지 배를 빌려주는 단순한 업무에 국한돼 있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옛 소련 해체로 조금씩 개방되기 시작한 동구권 화물영업을 범양상선이 직접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유럽에서도 하지 못한 사업을 자본주의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동구권에서 시작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당시 많은 반대에 부딪쳤지만, 이 부회장은 "배를 주면 알아서 해 보겠다"고 장담하고 일을 착수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공산권 국가 특유의 작업관행 때문에 좀처럼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화물 적재가 시급한데도 근로자들이 야간 작업을 원치도 않을 뿐더러 일부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들도 터무니 없이 비싼 임금을 요구했던 것. 이 부회장은 이 때 주머니에 단돈 1,000달러만을 갖고 직접 담당자와 담판을 짓기로 했다. 당초 7만달러를 요구한 담당자와 담판을 벌인 이 부회장은 단돈 1,000달러에 7만톤을 한번에 선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의 '영국신사'같은 스타일 속에 숨겨진 '불도저'같은 추진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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