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창설 30주년을 맞아 9개국 5억인구를 포용하는 또하나의 거대시장으로 재탄생했다. ASEAN은 지난 67년 8월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5개국으로 출범했다. 84년에 브루나이, 95년에 베트남을, 이번에는 미얀마·라오스를 가맹국으로 새로이 받아들임으로써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설치에 한발짝 다가섰다. 당초 캄보디아까지 포용하는 「ASEAN 10」체제를 상정했으나 내전을 감안, 당분간 가맹이 유보된 상태다.ASEAN의 확대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ASEAN이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 잠재성이 높다는데 있다. 아직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에 비해 교역량이 크지는 않지만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상당 수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따라서 2003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AFTA가 모습을 드러낼 경우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AFTA지대에서 공산품의 관세는 5%미만으로 낮아진다. ASEAN은 AFTA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경우 2020년까지 역내 관세 완전면제와 자본·서비스의 자유이동이 실현될 수 있는 「비전2020」이라는 프로젝트도 세워놓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경제블록은 EU를 비롯,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 3개. 여기에 지난 1일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을 중심으로 태동중인 「대중화 경제권」, AFTA까지 포함하면 5개의 경제블록이 형성될 판이다.
자원빈국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발등의 불이다. 특히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일본은 기술과 품질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세계 곳곳이 두터운 벽인 경제블록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
ASEAN은 인구로 따진다면 EU의 3억7천만명보다도 많은 황금시장이다. 그러면서도 국가간 경제격차가 심각, 통일된 자유무역지대가 가능할는지는 의문이다. 미얀마나 라오스의 국민총생산(GNP)은 2백∼3백달러로 ASEAN의 최빈국이다. 부국 싱가포르에 비하면 거의 80분의 1이다. 또 고도성장을 거듭한 이 지역이 기술적 한계와 급속한 임금상승 등으로 비틀거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태국의 바트화 등이 통화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그 후유증이다. 민주발전의 격차도 ASEAN의 장래에 걸림돌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들 이웃 경제블록들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소나기식 수출의 한탕주의였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이제부터는 기술협력, 문화교류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AEAN의 확대가 우리에게는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