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회 안일한 안보의식 놀랍다"

北 연평도 도발이후 새터민들의 쓴소리
전쟁 안난다 믿는 사람 많고 군 기강 北과 비교도 안돼
이번 사태 따른 대북 반감 새터민들로 향할까 걱정도

노원구 공릉동 인근에 거주하는 새터민들이 한 카페에서 북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공릉종합사회복지관 서울북부 하나센터

북의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새터민들의 밀집 주거지역인 노원구 일대에서 만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남한 사회의 낮은 국가안보의식을 지적하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자신들을 향한 남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난 2002년 자식들과 함께 탈북해 현재 서울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철형(가명ㆍ53)씨는 "처음 남한 사회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국민들의 안일한 안보 의식"이었다면서 "연평도 포격처럼 북의 도발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각종 음모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심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새터민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북을 추종하는 일부 정치권과 남한 사람들을 보면서 '혹시 그들이 간첩이 아닐까'하는 이야기도 한다"고 전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지 3년째 됐다는 새터민 서기복(가명ㆍ54)씨는 강한 어조로 해이한 군의 정신 상태를 질타했다. 탈북하기 전 동해 지역 북한군 GP초소에서 10년간 군 생활을 한 서씨는 "과거 한국군이 미군과 팀스피리트 훈련을 할 때면 북한은 전군이 비상을 걸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며 "우리가 GP초소에서 고생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 때문이니 도발을 걸어오면 무자비하게 가격해서 인민군의 본 떼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상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북의 연평도 포격에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최첨단 무기가 있다고 한들 결국 전쟁은 군인들이 하는 것"이라며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터민들은 이번 일을 통해 남한 사회가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혹시나 북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자신들에게 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북한이탈주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새터민 박철민(가명ㆍ48)씨는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방인 대하는 듯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라며 "3월 천안함 사태와 최근 연평도 포격 등 잇따른 북의 도발로 이런 선입견이 더욱 고착화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새터민 김진철(가명ㆍ51)씨도 "탈북자라고 하면 취업도 잘 되지 않아 애초에 중국 조선족으로 신분을 속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면서 "이번 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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