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日經)지수는 연초의 1만3,000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이달초 1만8,000대까지 치솟아 올들어 거의 30%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다우지수의 상승율 1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국제사회에서 한물간 나라로 여겨졌던 일본은 지난 1·4분기중 8%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일본의 저력을 새삼 확인해준 계기였다.
국제 투자자금도 일본증시를 주시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기조 및 주가 향방을 둘러싼 논쟁도 한창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은 오는 2001년까지 2년간의 닛케이지수에 대해 다음과 같은 3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메릴린치는 첫번째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을 60%로 봤으며 두번째와 세번째 시나리오는 각각 25%, 15%로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우선「신(新) 대세상승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게될 것이라는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들 수 있다.(시나리오 1)
메릴린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본격적인 이윤을 창출하면서 일본경제가 되살아나 닛케이지수를 2001년까지 3만6,000대로 밀어부칠 것으로 내다봤다. 2년새 1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처크 클라우는 『닛케이 상승은 매우 실질적인 것』이라면서 『2년내 3만6,000대에 도달할 것으로 믿고있다』고 밝혔다.
외국인투자가들은 대체로 일본의 미래를 밝게 보고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들여와 왕성한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 일본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로 올들어 주가 상승은 전적으로 외국인 자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매주 평균 18억 달러어치의 일본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타더라도 무력한 모습을 면치 못해 닛케이지수는 1만5,000에서 1만9,000대를 오르내릴 가능성도 크다.(시나리오 2)
슈뢰더 저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쉬플리는 이같은 견해를 갖고있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지금은 심각하고 고질적인 인플레 압력국면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휴식기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외국인들과 달리 국내 투자가들이 오히려 주식 매도에 치중하고 있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내국인들은 올들어 매주 20억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입열기는 엔화가치를 끌어올려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바로 정부의 효율적인 경제정책 집행마저 위협하고 있다.
또 일본의 GDP가 크게 늘어난 것도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취약한 은행시스템과 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일본 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어 닛케이지수가 다시 1만4,000대 밑으로 떨어지고말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시나리오 3)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미처 떨어버리지 못한 상태이며 기업들도 아직 80년대 초반의 방만한 경영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해 부채가 매일 15억달러씩 불어나 또다시 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미국이 과거 80년대의 침체기를 벗어났듯이 일본도 미국식 혁신경영을 발판삼아 화려하게 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