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신용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보도했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 우리 금융시장 돌아가는 사정이 예사롭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만큼 그냥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FT는 신용위기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대출자산이 예금자산보다 훨씬 많은 우리 시중은행들의 구조적 문제점과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꼽았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예금자산 대비 대출자산 비율은 130%에 달해 다른 아시아권 은행들의 60~80%보다 훨씬 높은데 예금자산 감소 추세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신용위기와 유사한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 상황은 영락없이 FT가 지적한 대로다. 은행들은 수신감소로 유동성이 줄자 해외 자금조달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환율안정 등을 위해 정부가 해외 차입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조달금리가 올라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그러자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채권 발행에 나서게 되고 이는 금리급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 등의 대출을 줄이거나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에 따른 가계발ㆍ중소기업발 금융부실 가능성이다. 올 상반기 현재 가계부채는 699조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담보 대출이 219조원이다.
주택담보 대출 중 94%가 CD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게다가 미분양아파트가 10만가구를 넘어선 데서 보듯 부동산시장은 가라앉아 있다.
집값마저 떨어지면 빚을 갚기 어려워지는 가계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사정 악화에 따른 중소기업 부도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부실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금융부실의 파장과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리안정 및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부족과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터주는 길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