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증권사인 삼성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거래대금 감소로 수익이 급감하는 최악의 증시 상황에 비해 현재 증권사의 인력규모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올해 증권가에 2차 인력감원 '칼바람'이 한바탕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삼성증권은 임원 6명을 줄이고 근속 3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자들은 투자권유인으로 전환을 할 기회를 줄 계획이다. 또 대형 지점을 강화하고 전체 점포 수와 점포 면적도 줄인다. 임원의 보수도 35% 삭감하고 해외출장 때 임원들의 이코노미석 탑승도 의무화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에도 100여명의 직원을 삼성생명 등 관계사로 보내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최악의 증시 상황에서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이날 "어려운 시장환경으로 증권업 자체가 저성장·저수익 산업화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고객 거래행태도 온라인과 모바일 금융거래 확산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점포와 인력 운영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영업전략이 절실한 때"라고 구조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적자를 넘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협 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와 비전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특단의 경영효율화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증권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난해에 이은 2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선두 기업이 회사의 '존립'을 근거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면 다른 대형사들과 중소형사들도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벌써 업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되는 우리투자증권이 1,000명가량의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003450)도 하반기 600여명의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KTB투자증권이 직원 100여명, SK증권(001510) 200여명, 올해 초 한화투자증권(003530)이 희망퇴직을 받아 350명을 내보낸 데 이어 대형사들도 잇따라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은 지점 축소 등을 통해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리테일(소매)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6개 지점을 자산관리 점포로 바꿨고 올해 10개 지점을 폐쇄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기존 19개의 전국 지점을 5개의 대형 점포로 개편하고 있다. 동부증권 역시 점포 2곳을 줄였고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3년간 158개의 점포를 78개까지 축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업금융(IB)과 인수합병(M&A) 등의 사업에서 수익개선의 활로를 못 찾고 있는데다 전통적 수익사업인 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 부문도 증시 거래대금 침체로 줄어들어 수익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사업으로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인력을 줄여 수익을 개선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