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론 거세

보험업계 "은행판매 '꺾기' 변질"…절반이 계약 해지

은행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면서 이른바 ‘꺾기’가 성행하는 만큼 내년 4월로 예정된 4단계 방카슈랑스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8월 한국갤럽에 의뢰,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고객 2,0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은행에서 판매한 보험상품인 ‘방카슈랑스’ 가운데 대출과 연계된 편법 영업 비중이 2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 밝혔다. 이들 조사대상자 가운데 1,003명은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1,001명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사람 가운데 절반은 보험계약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조사대상자들은 방카슈랑스의 가장 큰 문제로 이른바 ‘꺾기’로 불리는 대출과 연계된 판매행위를 꼽았다. 보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가입자 중 18.5%, 계약을 해지한 가입자의 25.6%가 “대출을 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157개 지점에서 358건이 대출과 연계된 펀드판매로 적발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방카슈랑스가 ‘꺾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내년 4월부터 방카슈랑스를 확대, 시행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보험업법 위반 사례도 숱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어느 창구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5%가 “예금 및 대출창구에서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보험업계는 “이는 보험판매 전담창구 설치 및 전담직원 제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눌려 표출되지 않았던 소비자 피해가 드러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년 4월부터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소비자 피해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예산정책처는 ‘방카슈랑스 확대 추진정책이 생보 및 손보 등의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08년 4월부터 은행창구에서 보장성 및 자동차보험이 판매될 경우 설계사 등 보험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최소 1만2,000명에서 최대 7만5,000명의 설계사들이 퇴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