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을 위한 특별 연수를 받으라고 세종시에 있는 공무원들을 과천으로 부르는 게 말이 됩니까. 여성을 위한다면서 공무원도 가정에서는 엄마라는 사실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세종시에 있는 과장급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연수를 실시하면서 장소를 과천으로 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여성공무원들은 "정부가 여성 고용과 복지 향상 등 여성 우대를 외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에서조차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하는 해당 연수는 3월3일부터 5일간 열릴 예정이다. 오전9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연수를 받으려면 세종시에 살고 있는 공무원은 적어도 오전6시20~30분께는 서울로 가는 통근 버스를 타야 한다. 문제는 연수 대상자의 대부분이 어린 자녀가 있는 '워킹맘'이라는 점이다.
연수 신청 공고를 받았다는 한 여성 공무원은 "몸이 좀 힘든 거야 참을 수 있지만 어린 아이 둘은 누가 돌봐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며 "전화를 해서 세종시로 장소를 바꿔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부처 중 갑의 입장에 서 있는 소관부처에 전화하기가 부담스러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워킹맘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강의 시작 시간을 9시에서 30분 늦추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역시 내년 이전을 하지만 이전지는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가 아니라 충북 진천 혁신도시다.
꼭 연수 같은 특별한 일정이 아니어도 세종시 공무원들을 기본적으로 출장이 잦다. 정부 부처 대부분이 세종시에 이주했음에도 국회와 안행부 등 주요 기관은 여전히 서울에 있어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 공무원들은 잦은 출장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 이상 서울에 출장을 간다는 정부의 과장급 여성 공무원 A씨는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B씨는 "국회 일정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어도 부처 간 회의는 영상회의를 자주 이용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회의 파트너가 실제로 대면하고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것마저 힘들다"며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갔다 하느라 녹초가 돼 11~12시쯤 집에 들어가면 잠든 아이들의 가방을 보며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피곤 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직장이 서울에 있어 자녀들만 데리고 세종시로 내려온 일부 여성공무원들은 일가친척을 동원해 아이를 겨우 돌보고 있는 처지다.
남편과 떨어져 세종시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는 B씨는 야근이 잦은 탓에 친정 엄마의 손을 빌려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B씨는 "금요일 밤이 돼 퇴근하면 엄마가 외투를 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신다"며 "아무리 친정식구라지만 평일 내내 아이를 맡기기가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B씨는 "그래도 나는 세종시에서 출퇴근하지만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엄마들은 야근이 길어지면 여직원 휴게실에서 1박을 하기도 한다"며 "엄마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어린 아이들과 얼굴 마주할 시간도 별로 없는 것이 여성 공무원들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안행부의 공무원 인사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여성 공무원 비율은 48.1%에 달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나 2015년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