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바닥이 어디인 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9일 17.21포인트나 크게 떨어진 583.35포인트로 마감, 1년 4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설을 앞두고 지수 580선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이면 비교적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무너지면 장중 전저점인 570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미ㆍ이라크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2월 장세`도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날 미 의회에서 행한 국정 연설에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무장해제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기조가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2월에도 적극적인 매매를 피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최근의 하락세는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저점을 낮추고 위기관리에 치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전략으로는 낙폭과대주ㆍ전쟁관련주ㆍ신정부 출범 수혜주 등을 중심으로 단기대응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량주를 저점 분할 매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했다.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이라크전쟁 변수=증권사들은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미ㆍ이라크 전쟁`을 꼽고 있다. 삼성ㆍLGㆍ대우ㆍ굿모닝신한증권 등은 전쟁이라는 변수가 2월 시장은 물론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심리는 물론 유가ㆍ환율ㆍ금리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지표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홍성태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2월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ㆍ이라크간 전쟁 발발 시점과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여부”라며 “전쟁 발발 시 지수가 추가 하락하며 전저점인 576포인트를 깨고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지수가 바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2월에는 이라크 전쟁이라는 단일 변수가 시장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며“다만 전쟁 리스크는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투자자의 경우 현 시점에서는 저점 분할 매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2월에는 이라크전쟁ㆍ신정부출범ㆍ북핵문제 등 돌발 변수가 많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며 시장의 낙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월은 전통적으로 약세장이란 것도 부담 =2월 주식시장은 전통적으로 약세흐름을 보인 것도 하락장세의 또 다른 부담이다. 우리증권이 지난 80년 이후 23년 동안 주식시장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는 2월에는 평균 0.8% 하락했으며, 지난 91년 이후 12년 동안 10번이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올해는 주요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마저 커지고 있어 지수가 상승반전하기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주가가 반등해도 기술적인 반등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쟁 시나리오별 기술적 대응 필요=따라서 2월에는 전쟁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 백재열 한투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이라크전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거나 단기간에 끝날 경우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도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증시도 2ㆍ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비화할 경우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는 등 주변환경이 계속 악화되면서 증시는 530~600포인트의 박스권 하단에서 맴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의 움직임과 이라크의 대응 등 국제정세 상황에 따라 투자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요구된다. 황창중팀장은 “지수가 추가 하락할 때는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둔 단기 매매가 유리하다”며 “기술적 반등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과장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며 환율ㆍ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의 안정이 이뤄져야만 증시도 안정추세에 들어설 수 있다”며 “당분간 하락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낙폭과대주 중심의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증권은 1ㆍ4분기 실적호전 기대주나 3월결산법인 배당주, 행정수도 이전 수혜주 등 테마주를 중심으로 단기매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ㆍ대우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이 달에 이어 2월에도 보수적인 포트폴리오(자산 구성)를 구성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최대한 방어적인 전략을 마련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업종별 이익 모멘텀 변화를 반영, 수출비중이 큰 IT와 자동차 업종의 비중을 줄이고 유틸리티 업종의 비중을 높였다. 또 향후 신정부가 내수 경기 진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 소비재 업종의 비중을 높였다. 종목별로는 IT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 둔화추세를 반영, 삼성전자ㆍLG전자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최근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유일전자의 비중을 높였다. 소비재 산업에서는 신세계의 비중을 확대하고 CJ홈쇼핑을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
대우증권은 추가 하락 후 `기술적 반등`을 염두에 두고 최근 두 달 연속 시장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던 IT업종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산업재와 경기 관련 소비재의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SK텔레콤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진 점을 감안해 통신서비스의 비중을 줄였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