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의 저리로 외화대출을 소개해 드릴게요. 수수료로 조금만 떼어주시면 됩니다."(서울 강남권의 P 자산관리회사 영업팀장)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서울 강남권의 G 자산관리회사 영업담당자) 시중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틈을 타 대출 브로커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자산관리회사들이 부동산 투자나 창업 등을 상담하는 고객들에게 저리로 대출을 소개해주겠다며 별도의 알선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나 상가 밀집지역 등을 중심으로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엔화 등 외화대출을 집중 권유하는 등 환투기를 조장하고 있어 환율이 급변할 경우 고객들의 막대한 손실 등이 우려된다. 강남권에 위치한 P 자산관리업체는 최근 서울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엔화 등에 대해 연 2~3%의 저리로 외화대출을 소개해주겠다는 홍보물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영업팀장은 고객을 가장해 상담을 신청한 기자에게 "최근 1,300원대인 원ㆍ엔 환율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여 지금 엔화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엔화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A은행밖에 없다"며 "고객이 밀려 있어 지금 신청하면 1~2달 뒤에 대출승인이 날 텐데 성사되면 대출금의 2%를 커미션(수수료)으로 받겠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G업체는 원화대출을 알선하고 있었다. 이 업체의 영업담당자는 병원 개업 상담고객 등을 대상으로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 담당자는 "요즘에는 의사들도 대출한도가 예전보다 줄었다"며 "우리 회사를 통하면 금리나 대출한도에서 조금 더 편의를 봐줄 수 있다"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 이들 업체의 영업담당자들은 '대출상담사'로 정식 등록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즉답을 피했다. 은행 이외의 법인이나 개인이 대출 모집 영업을 하려면 은행연합회와 '은행 대출모집위탁(위임)업체 및 은행대출상담사 등록에 관한 협약'을 맺고 정식 등록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간부는 "요즘에는 은행의 여신 업무가 전산화돼 있고 본점에서 지점의 영업을 꼼꼼히 챙기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도 규정을 벗어난 내용으로 대출을 해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브로커는 대출 알선 수수료 외에도 펀드나 보험을 끼워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