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급등한 이유는 전세계적인 달러강세 분위기에 현대사태 등 국내 부실기업 처리방법에 대한 회의적 시각 때문이다.여기에 외국계 투자은행 등 역외세력들의 투기적 거래행태가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기준 28일 1,300원까지 떨어졌으나 불과 하루 지난 30일 장중 한때 1,331원까지 올랐다. 하루새 31원이나 널뛰기를 한 셈이다.
달러강세 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시아통화 모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특히 엔ㆍ달러 환율상승이 촉발시켰다. 28일 121엔대에 있던 환율이 30일 124엔대 중반까지 급등했다.
◇외환시장, 달러사자뿐= 30일 외환시장은 전장에서 역외세력의 집중적인 달러매수 분위기로 환율이 1,331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후장들어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개입성 물량으로 보이는 시중은행의 달러 매수포지션 물량이 나오면서 다시 1,320원대 후반으로 밀렸다.
딜러들은 엔ㆍ달러 환율 상승 등 전세계적인 달러강세 분위기가 국내시장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면서 여기에 이를 활용한 역외세력들의 투기적인 달러 매수, 현대건설 출자전환 등 부실기업 해법에 대한 외국의 회의적인 시각이 환율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엔ㆍ달러 환율은 ▦3월말 결산을 앞둔 수출업체들의 본국 달러송금이 마무리됐고 ▦미국정부와 일본정부 사이에 엔 약세 용인문제를 둘러싸고 논의가 있었다는 설 ▦4월2일로 예정된 단칸(단기관측지수)이 좋지 않게 나올 것이란 전망 등이 맞물리면서 124엔 중반을 넘어섰다.
◇본격 개입시기를 기다리는 당국= 외환당국은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구두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물량개입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엔ㆍ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잘못 개입했을 경우 외환보유고만 날리고 환율은 한단계 추가급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충분한 외환보유고, 외채수준, 역외 선물환시장(NDF)의 순매수 포지션 규모등을 감안할 때 시장분위기 반전에 대비한 기업 등 시장참가자들의 합리적인 매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필요할 때 적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그러나 환율이 급등할 때 막으면 외환보유고만 낭비하고 효과가 적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상승 지속 전망= 최근 달러강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딜러들은 일본경제의 침체와 정치적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달러선호 경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일본 경기에 대해서는 계속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말 결산을 앞두고 유입되던 달러가 4월들어 중단되면 엔ㆍ달러 환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미 30일부터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4월2일로 예정된 단칸(단기관측지수)발표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시장은 오히려 단칸발표가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에 덧붙여 시장의 일방적인 달러매수 심리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 달러사자는 앞당기고 달러팔자는 늦추는 리드 앤 레그 (lead and leg)현상을 가속화하면서 시장의 달러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딜러들은 엔ㆍ달러 환율이 전고점 수준인 125엔대를 돌파할 지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125엔대를 돌파한다면 원ㆍ달러 환율 역시 1,330원대 안착이 확실하고 1,3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의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