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사상 최고점 돌파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정보기술(IT) 경기회복세가 일시 반등에 그친 뒤 내년 상반기 재하강 국면을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경기사이클이 이른바 'W형'으로 전개되리라는 관측으로 상당수의 증시 분석가들이 이미 이런 전망을 내놓은 바 있지만 연이은 강세장에 고무돼 'IT경기 회복론'만강조되고 있는 시장에 일종의 '냉각제' 역할을 하고 있다.
◆"IT경기 기조적 반전에 의문" = 미래에셋증권은 27일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추정 및 전망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IT경기 사이클이 과거 30년간 6회의 사이클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및 IT경기의 기조적 반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등 IT부품을 이용해 만드는 PC 등 이른바 '세트사업'의 고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업체들의 이익은 감소하고 있으며 반도체업체들의 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서려면 2006년 PC산업 성장률이 15%는 돼야 하는데 이 정도를 기대하기는 무리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에 따라 D램 가격은 3.4분기 0.5%의 미세한 상승에 그친 뒤 10월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며 낸드 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5월부터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반전을 계기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었던 LCD분야의 전망도 기대만큼 그리 낙관적이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2.4분기 말 재고가 65일분으로 정점이었던 작년 3.4분기의 68일에 근접하면서 과잉공급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치가 지난 14일 올해 5.2%로 예상되는 대형 LCD시장의 공급과잉이 2006년 17.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가 올 3.4분기와 4.4분기의 LCD의 공급초과비율을각각 5% 이상, 6.2% 이상으로 추정하며 예상보다 공급과잉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2조1천2억원을 기록한 뒤 4.4분기에는 2조4천282억원으로 늘겠지만 2006년 1.4분기에는 다시 2조1천422억원으로 줄고, 이어 2.4분기에는 1조8천644억원으로 올해 4.4분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점쳤다.
◆ 그래도 주가는 간다(?) = 그러나 9월 들어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증권사들의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LCD경기하강을 우려한 골드만삭스의 목표가 소폭 하향 조정을제외하면 대부분 상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강한 IT경기 회복기대감, 증시로 계속 몰려드는 유동성과 '재평가'가 그근거다.
이달 초 메릴린치가 72만원의 목표가를 제시한 것을 비롯, 씨티그룹증권(67만5천원), 다이와(66만원), 리만브라더스(63만원) 등이 목표가를 올려잡았고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증권(66만원), 한국투자증권(73만원), 굿모닝신한증권(68만원), 미래에셋증권(72만원) 등이 상향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회복세는 보이겠지만 결코 '인상적 수준'이 되지 못할 전망인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발표(영업이익 2조1천억원 안팎)를 앞둔 상황에서 무더기 목표가 상향 조정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62만원선에 근접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가 따라잡기식' 상향 조정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의 주가가 63만원대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근접했던 시점에서 적지 않은 국내외 증권사들이 80만원이 넘는 목표가를 제시했지만 정작 주가는63만대를 꼭지로 하락했던 전례, 그리고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면 상향 조정된 목표주가까지 상승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