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패스트푸드의 종언

김희원 기자 <생활산업부>

‘패스트푸드가 이제는 물건너가나.’ ‘웰빙’을 넘어 건강과 환경을 함께 중시하는 ‘로하스’족이 부상하면서 패스트푸드업계의 한숨이 연일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식으로 각광받던 패스트푸드는 유치원에서조차 그 유해성이 교육될 정도로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뭇매를 맞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여년간 성장을 지속했던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업체의 매출이 2~3년 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한국맥도날드가 본사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별다른 행사 없이 넘긴 것을 비롯, ‘가정의 달’을 앞두고 쏟아지는 행사 속에서도 패스트푸드업체들의 움직임은 유독 느리고 조용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는 샐러드 등 각종 건강식 메뉴를 추가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며 프리미엄급 메뉴를 선보이는 등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비치된 기자재의 한계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메뉴가 뻔한데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인식돼 있는 메뉴 형태 및 가격 등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상당해 무턱대고 고품질을 추구하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사정은 콜라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굴지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코카콜라는 콜라 매출이 감소하고 여타 탄산음료 마케팅도 불발을 거듭하자 관계사 ‘미닛메이드’의 주스 브랜드를 지난달 도입, 탄탄한 유통망을 배경으로 대대적인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 주스업체 2개사가 관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고객선호도도 냉장주스 등으로 변하는 입장이어서 점유율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패스트푸드는 ‘빠르고 간편함’을 추앙하던 20세기 물질문명이 낳은 대표적인 산물이다. 그러나 개별성과 주관, 여유에 환호를 보내는 새 세기가 도래하면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먹을거리도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의 산업적 효용성이 이미 끝났다는 주장 역시 그렇기에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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