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 문제가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대로 벽에 부닥쳤다. 야당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상당수의 한나라당 의원이 한은 총재의 인사청문회를 찬성하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의 반대로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야당은 물론 재정위 소속의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인사청문회 도입을 원론적으로 공감하고 있어 한은 총재의 청문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대 기류가 세다. 대표적으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청문회가) 능력 검증이 아닌 인신공격으로 흐르고 있어 실효성도 떨어지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장애만 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등은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서병수 재정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서 총재 후보자의 경제관이나 정책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훈 한나라당 간사도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다 보니 총재 자리가 청문회를 통과 못할 결함 있는 인사들이 몰리는 돌파구처럼 돼버렸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청문회의 필요성이 큰데도 원내 지도부가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은법 개정안을 상정한 민주당이 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제세 민주당 간사는 "중요한 경제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한은 총재는 다른 인사청문회 대상자들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며 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문회가 지나치게 정치쟁점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도입의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실시가 원론적으로 맞지만 정쟁으로 흐르는 단점도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한은 총재의 직무능력이나 자질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신변 문제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우려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법안을 발의한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수정안에 자질 검증을 위한 정책청문회로 못 박거나 상임위에서 양해 사항으로 여야 합의문구를 넣는 식으로 자질 검증 위주의 청문회를 만드는 제도적 보완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