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영화, 美선 사업이지만 伊선 예술"

■로마에서 말하다(시오노 나나미ㆍ안토니오 시모네 지음, 한길사 펴냄)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잘 아시겠지요? 부모 자식간의 대화는 서로가 그저 말만 해서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러니 부모가 의식적으로 대화의 테마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와 제 아들의 경우 그 테마는 '영화'였습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부모로부터 '책과 영화는 동격'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 역시 그런 가르침을 받고 자라 영화 제작자의 꿈을 꿨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할리우드에서 커피 심부름, 복사 등 잡일을 하며 제작부의 막내로 일했다. '로마를 말하다'는 유명 작가가 아닌 한 아들의 엄마로서 시오노 나나미가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와 함께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 대담집이다. 이들은 꼭 봐야 할 이탈리아 영화를 추천하기도 하고 미국에서 일한 아들이 이탈리아와 미국의 영화제작 방법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하며 심지어 왜 래퍼들은 연기를 잘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단순히 영화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세대 간, 일본인과 이탈리아인(아들은 이탈리아인이다) 사이의 다른 관점이 녹아있다. 안토니오가 할리우드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영화 제작 과정의 뒷얘기를 어머니에게 말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그는 "영화가 미국에서는 사업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예술"이라며 "사업하는 사람들은 빈틈없이 조직을 만들어 각자가 담당한 분야를 명확하게 가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조직을 잘 정비하거나 담당분야를 분명하게 가르는 것은 오히려 재능 발휘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마피아'에 대해서도 영화와 연관지어 이야기를 나눈다.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엑스트라 같은 인력은 주로 현지에서 조달하는데 그럴 땐 용역 업체, 즉 마피아에게 부탁한다는 것. 따라서 마피아는 어떤 의미에서는 빈민구제시스템이라고 덧붙인다. 또 윌 스미스, 마크 월버그, 에미넴 등 래퍼 출신 남자들은 왜 연기도 괜찮게 하느냐는 시오노 나나미의 질문에 안토니오는 "맨몸으로 승부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라는 소재가 세대와 문화는 달라도 풍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 얼마나 좋은 매개체가 되는지 알게 된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시오노 나나미는 세상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게 자식을 다 키운 후에 딱딱하게 굳기 쉬운 어른 두뇌의 자극제로 그들을 이용하자고 말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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