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업 氣 살리기, 흔드림 없어야

“기업 왕성한 활동 지원하겠다.” “경제에 부담 안되게 재벌문제에 접근하겠다.” “대기업이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른바‘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일까. 아니다. 이 말들은 모두 지난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한 말들이다. 5년이 지난 현재. 신문들은 이 당선자나 측근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비슷한 제목의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5년 전 신문을 다시 보는 듯한 데자뷔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10년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당선자가 5년 전 정적(政敵)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차기 정부가 5년 전과 차별화되는 점은 최근 법인세 인하방침을 밝히는 등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도 “재계의 숙원이 풀렸다”며 법인세 인하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재계는 한발 더 나아가 ▦연결납세제도 도입 ▦이월금 결손공제제도 공제기한 연장 ▦출총제 폐지 등 보다 폭 넓은 규제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작업에는 다양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기업의 투명한 경영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또 기업활동 개선을 위한 각종 정책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며 기업 스스로도 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일이 없다. 새로운 정부 역시 경제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산들을 넘어야 한다. ‘참여 정부’가 5년간 조급함과 설익은 정책으로 대응해 풀지 못한 숙제들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게다가 요즘 글로벌 시장은 경제학 책에도 등장하지 않는 생소한‘X펙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해 시장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예측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차기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상된 혹은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들을 만났을 때 출범 초기와 같은 흔들림 없는 확고한 경제활성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들에 조급한 성과를 보여달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스스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5년 후 신문에서는 데자뷔 현상을 느끼지 않게 되기를 차기 정부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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