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잘못된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라

■ 더 딥(The Dip) / 세스 고딘 지음, 재인 펴냄


기업이나 개인이나 어떤 일을 성취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장애물이 놓여있다. 그리고 대개 "승리하는 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따라 인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비즈니스와 마케팅 전략가인 저자는 그러나 "잘못된 일은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주문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성공처방을 제시한다. 포기를 알아야 세상 최고가 되며 최고가 시장의 알짜배기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골고루 다 잘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라는 학창시절 배운 교훈이 아마도 가장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사람들은 두루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의사에게 달려가며 새로운 도시를 방문했을 때 최고의 레스토랑을 찾고 회계사를 구할 때 운전도 잘하고 골프도 잘 치길 바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묻는다.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오직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면 왜 당신의 조직보다 의욕이 덜 한 조직이 성공하는가. 왜 당신보다 재능이 덜한 사람이 이기는 것인가. 저자는 성공을 위해 넘어서야 할 첫 단계는 자신이 처한 장애물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계속 밀어부치면 결국 극복하게 되는 일시적 침체나 좌절인 딥(Dipㆍ웅덩이)인지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로 나아질 수 없는 구조적인 컬드색(Cul-de-sacㆍ막다른 길)인지를 구분하라는 것이다. 딥은 스노우 보드를 배운 뒤 수차례 엉덩방아를 찧는 것처럼 시작과 성공 사이에서 반드시 겪어야 되는 좌절과 침체의 시기를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혹은 제품)이 뛰어들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을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전에 미리 포기해버린다. 결국 그 포기 시스템에 기초해 사회가 움직이고 그 시스템의 한가운데 놓인 장애물이 바로 딥이다. 이 딥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기업과 개인이 극소수가 되고 그 결과 1등에게 모든 것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딥이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그 희소성이 비로소 가치를 창출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처럼 딥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은 대개 나쁜 결정이며 끝까지 버틸 것을 권고한다. 반면 컬드색에 빠지면 우리는 거기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컬드색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일이고 성공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함정이다. 하지만 컬드색 상황에서 기업과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자가 될까 두려워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이처럼 포기할 만한 배짱이 없는 일들로 분주할 때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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