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승리 예감 제5보(56~75) 이 바둑의 서반을 주의깊게 관찰한 검토실의 고수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창호의 컨디션이 아무래도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이창호는 원래 결정적인 실수를 별로 하지 않는 체질인데 이 바둑에서는 일찌감치 작전의 차질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하변의 백 3점이 너무도 쉽게 함락되었다. 실리로는 10집 남짓에 불과하지만 흑의 형태는 실리이자 동시에 세력을 겸하고 있다. 이제 우변의 흑진을 효과적으로 폭파해야 균형이 잡힐 텐데 그 수단이 별로 쉽지 않아 보인다. 백62는 무려 32분만에 놓인 수였는데 ‘장고 끝의 악수’로 지적받게 된다. 최철한은 흑67로 개운하게 때려내면서 승리를 예감했다고 한다. 백62로는 그냥 참고도의 백1에 끊었어야 했다. 흑은 후수로 우변을 지켜야 하는데 백11, 13으로 우상귀마저 지워버리면 일반 계가권이었던 것. 흑75가 놓이자 우변과 우상귀가 그대로 흑의 확정지로 변했다. 무려 45집. 백의 확정지는 채 20집도 되지 않는다. 나이 19세인 최철한이 국수 타이틀을 거의 손에 넣은 것 같다. 10대의 국수는 47년 역사에 처음. 검토실과 기자들은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1-04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