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13일 오후 미국으로 전격 출국했다. 명분은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서라지만 국내 사정이 복잡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목적을 담고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세간의 관심은 일단 귀국시점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검찰 수사에 따른 소환 가능성과 국정감사 출석 등의 현안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이번 출국을 '단순 외유'로 보는 시각은 많지않다. 특히 전자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동행해 삼성의 최대시장인 미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이참에 내년 사업구상을 마무리짓고 귀국할 가능성도 높다. 14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오는 19일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13일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당초 전용기편에 동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학수,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ㆍ이기태ㆍ최지성 사장 등과 이재용 상무 등은 주말 순차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전자계열사 CEO들과 동행하는 만큼 삼성의 내년 경영 화두가 뉴욕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귀국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 주변에선 이 회장이 벤플리트 상 수상 이후 상당기간 미국에 머물며 내년 경영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번에 동행한 전자 CEO 들과 현지 전략회의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자 사장단들을 동행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현지 전략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심은 전자계열사 전략회의의 화두.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금이라도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추락할 수 있다"는 말로 위기경영을 강조한만큼 안팎의 위기를 넘어선 '제2의 도약'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반도체, TV 등의 경우 미국시장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1등으로 나서고 있지만 방심할 수 는 없는 입장"이라며 "이 회장이 당근보다는 채찍으로 사장들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내에서 현지 사업장도 직접 방문, 미국 시장 전략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삼성전자의 뉴욕 디자인센터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산호세의 미국연구개발법인, 삼성텔레콤아메리카 등이 꼽힌다. 사업장 방문에는 각 총괄 사장들이 수행을 하며 총괄별 미국시장 공략 전략 등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최근 발표한 CTF(Charge Trap Flash)기술과 오스틴 공장의 생산라인 확충에 대해 보고하고 정보통신은 지난 달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와 체결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시장 확충 방안과 함께 현재 노키아, 모토롤라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는 휴대폰 점유율과 함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보고한다. 디지털미디어(DM)는 디지털 TV시장 전략 등을 이 회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경쟁사 사업장과 글로벌 기업 CEO들도 잇따라 접촉하며 '10년후 삼성'을 설계할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밴플리트상 시상식에 미국내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CEO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며 선진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