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이 조그만 방송국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강의하고 있어요." 장애를 극복하고 26년 동안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해온 방귀희(49)씨가 대학 강단에서 자신의 인생역정과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어 화제다. 방씨는 올 1학기부터 경희대 국문과에서 3학점짜리 전공선택 과목인 '구성작가 실기론'를 맡아 강의하고 있다. 특강 형식으로 대학생들과 만난 적은 있지만 한학기 강의를 도맡은 건 처음이어서 학생들을 마주하는 감회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학생들이 처음엔 제가 장애인인 줄 모르고 강의실에 왔다가 적잖이 놀라는 것 같아 좀 당황했어요. 그래도 첫 수업이 끝나고 '다음 강의가 기다려진다'는 e메일을 받고 나니 장애인이 아닌 교수로 받아들이고 있단 생각이 들어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방씨가 학생들에게 진짜 가르쳐주고 싶은 건 단순히 방송과 관련한 기술보다도 방송계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기본 자세다.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손만 맘대로 쓸 수 있는 방씨는 "한 손으로 자판을 쳐 남들보다 글 쓰는 데 시간이 두배나 걸리는 나 같은 사람이 방송국에서 꾸준히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해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칠판을 사용할 수 없어 수업자료를 일일이 컴퓨터 파일로 만들다 보니 강의준비에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늘 원고 마감에 시달리는 방송작가로서는 시간을 더욱 쪼개 쓸 수밖에 없다. 장애인이라 수업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 수업준비에 쏟는 그의 열정은 엄청나다. KBS 3라디오 장애인 프로그램 '내일은 푸른 하늘' 집필을 맡고 있는 방씨는 앞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홍보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