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ㆍ기민수)가 14일 막을 내린다.
선정성, 비현실적 소재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국내 드라마의 현실 속 에서 ‘꽃보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을 차분 한 톤으로 풀어가며 가족극이 빠지기 쉬운 ‘밥상머리 드라마’의 한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시청률 면에서도 SBS ‘천국의 계단’ 종영 후 줄곧 15~20%대를 넘나들며 동시간대 드라마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지난 7일, 경기도 광주의 팔당호 인근 마을. 마지막 장면 촬영에 나선 연기자들은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하지만 극중 ‘희생하며 사랑하는’어머니 ‘영자’ 역을 맡았던 고두심씨는 “정 떼기 힘들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좋은 작품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정신 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지만, 사람들은 가족애를 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죠. 저도 일상에선식구들과 잔 정을 못 나누면서 지냈거든요. 가족간에 정이 담긴 대화가 아 직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드라마였죠.”
극중에서 영자는 자신의 남편(주현) 후처에게 장기를 떼어줄 정도로 ‘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던 이 장면에 대해 고씨는 “영자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며 일면 공감을 표시했다.
미옥(배종옥)과의 사랑을 ‘우직하게’ 그린 박상면씨는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대본에 감동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며 소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만큼 공감하며 연기했던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단순히 꾸며낸 모습이었다면 결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지 못했을 거에요. 무엇보다도 스탭, 동료연기자들과 호흡이 척척 맞아서 즐거웠어요.”
마지막회 방영분에선 영자가 치매에 걸린다.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 제껏 쏟았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받는 셈이다. 아울러 등장인물들간에 얽 혔던 실망, 애증, 사랑이 어떻게 풀릴지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이상훈기자 fl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