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임자 많아도 자임자 없다
전경련 차기회장 누구?
11일 열린 올해 첫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계기로 차기 전경련회장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재계의 본산'으로 불리는 전경련의 김각중 현 회장은 2월로 임기가 끝난다. 이제후임 회장문제를 논의할 때다. 현재로선 '적임자'는 많으나 '자임자'가 없는 상황이다. 가능성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
이와 관련, 이날 회장단 회의가 끝난 뒤 손병두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의미있는 말을 했다. "전경련 회장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자리다." 전경련은 2월 25일 총회에서 회장을 결정하게 된다.
○.현 정부들어 '재벌해체'와 함께 전경련은 '힘'이 빠졌다. 이에 따라 재계는 '힘있는 조직'을 원하고 있다. '그룹 오너로서 4대그룹 출신'이 적임자라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3명.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다. 특히 이 회장은 이날 17개월만에 특유의 '슬로우모션'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차기 회장과 관련,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햇다.
구본부 회장 역시 '노(NO)'라는게 공식입장이다.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
정 회장은 김우중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맡기로 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대를 잇는 회장직'을 포기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로 "생각없음"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 후보군은 손길승 SK회장과 유상부 포철 회장. 손 회장은 유일한 비오너 출신 4대기업 회장으로 전문경영인 시대를 지향하는 정부의 뜻과도 일치하나 "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있다.
유상부 회장도 하마평에 오르나 공기업 출신이라는게 약점. 새 인물도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학으로부터 우수 동문상과 국제지도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본인도 전경련 활동에 적극적이며, 아직 '노(NO)'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또 김승연 한화회장을 통한 세대교체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드러나는 주자가 없다. 하지만 손병두 부회장의 말을 '전경련 회장직은 본인의 의사뿐 아니라 재계의 뜻, 특히 원로들의 의사도 크게 작용한다'고 이해하면 부각되는 사람이 있다. 한때 회장직 수락 의사를 밝힌 정몽구 회장이다.
정부가 반대하던 때와 달리 '그룹체제"에서 벗어났고, 자동차를 통해 국제적인 위상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강한 전경련'을 바라는 재계의 뜻에 부합한다.
2월에 결정될 전경련 회장을 누가 맡느냐는 단순한 재계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2002년 대선정국을 맞을 사람이란 점에서 전경련회장의 기능은 평소보다 몇배 중요한 자리가 된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