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돈의 딜레마 해법은?] 고수익 채권시장 활성화를 회사채 펀드 대형·장기화로 물꼬 터야대부분 中企 신용도 낮아 채권발행 엄두못내기금 투자할수 있게 펀드평가 활성화하고증권회사 회사채 인수·중개 기능 제고 필요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해 투자와 고용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있다." 지난 5월18일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과도하다고 경고한 데 대해 시중은행장들이 내놓은 볼멘소리다. 이들 은행장의 말대로 중소기업대출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만 않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더구나 회사채 발행이 거의 막힌 중소기업으로서는 은행 대출마저 줄면 경영난이 가속화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생산 및 투자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회사채 전용펀드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일드 펀드 붐의 명암=최근 증권가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가 하이일드 펀드다. 채권형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이 상품에는 3월부터 판매한 이래 지난달 말 기준으로 5,245억원이 몰렸다.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자산 중 신용등급 '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이나 기업어음에 10% 이상을 투자하고 60% 이상을 국공채나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이다. 채권형임에도 이처럼 돈이 몰린 이유는 오는 2009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1인당 1억원 한도에서 분리과세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혁신주도형 중소기업이 회사채를 쉽게 발행해 금융 비용을 낮추는 한편 자산운용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가들이 기업 인지도가 낮고 리스크 및 관리비용이 높은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퇴출된 중소기업=이미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고사된 지 오래다. 우선 증시 호황에다 채권 수익률 하락 탓에 회사채 투자의 매력이 떨어진 게 주요 원인이다. 대기업을 포함한 회사채 순상환액은 지난해 4ㆍ4분기 1조9,520억원에 이어 올 1ㆍ4분기에도 6,670억원에 달한다.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3월 말 현재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5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16조9,000억원이 늘었지만 채권형 펀드의 수탁액은 45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3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회사채 시장 전반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다. 한국증권연구원의 김필규 박사는 "신용등급이 낮은 고수익 채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 보니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장기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펀드 대형화해야=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은행에서 직접금융 시장 등으로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회사채 투자의 리스크를 덜어주고 회사채 펀드의 대형화ㆍ장기화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선 채권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는 투기등급 채권을 아예 사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펀드신용평가의 도입이 필요하고 회사채 전용펀드의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은 투자 가이드라인을 합리화하고 투자자가 중소기업 회사채에 쉽게 접근하도록 펀드 신용평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도 "혁신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회사채 시장의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증권회사의 회사채 인수 기능 제고 ▦국제적인 규범에 부합하는 회사채 발행절차 도입 ▦증권회사의 회사채 중개기능 활성화 및 회사채 딜러의 육성 등을 제시했다. 회사채 전용펀드 설정시 회사채 편입비중을 높이는 대신 하이일드 펀드와 마찬가지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운용상의 특례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입력시간 : 2007/06/07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