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개선 ‘명’ 수출여건 악화 ‘암’/기계류·고급부품 수입가격 하락 이점/일 제품 경쟁력 강화로 대일 수출 감소엔화약세가 아시아국가들에게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제수입제품의 가격이 하락, 무역수지개선에 도움이 되는 반면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바람에 수출여건이 악화돼 울상을 짖는 경우가 교차하고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아시아개도국 기업들은 지난 2년새 정반대의 엔화환율변화 상황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려왔다. 지난 95년4월 엔화는 달러당 79엔으로 폭락,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때 한국, 대만 등 신흥공업국들은 엔고의 훈풍을 타고 수출이 급증하는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는 달러당 1백20엔선이 무너지며 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엔화약세로 아시아개도국 경제의 필수재인 일제 기계 및 고급부품의 수입가격이 하락, 이들 국가들의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엔화약세는 또한 주변아시아국에 대한 일본기업의 투자증가세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일중소기업들은 최근 해외진출에 관망세를 나타내고있다. 또 상당수 일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연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있다.
그러나 이미 해외투자의 잇점을 만끽해온 일대기업들의 해외투자전략의 기조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전기업체 산요(삼양)의 다카노 야스아키 회장은 최근 가전제품공장의 일본내 복귀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일본국내생산 비용이 달러당 1백20엔대의 엔화시세에서도 여전히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다카노 산요 회장의 발언은 일기업들의 아시아지역 투자진출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사례중의 하나다. 실례로 대만투자위원회는 엔화하락세가 지속된 지난해 일본기업의 투자가 4%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그 규모는 엔고시기인 지난 94년보다 크다도 발표했다.
엔화약세가 아시아개도국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은 지난해 수출부진을 면치못했으나 주로 주력상품인 반도체 가격폭락과 일부 가전제품의 수요침체 등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엔저도 이들 국가들의 수출부진의 한 요인이라고 보고있다. 경쟁관계인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어 적지않은 피해를 본데다 엔저로 대일수출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엔화가 더 하락, 이들 국가들의 수출전선에 몰려올 먹구름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경제연구소의 스티븐 마빈 연구위원은 조선 자동차 및 전자 등 상당수 분야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는 한국이 받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안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