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기능 마비·정책 불신 불안감에 "무조건 사두자"

목동 금호 49평 일주일새 1억 7,500만원까지 올라
강북·수도권도 상승 과열 "정부가 시장에 불지른 셈"


수급기능 마비·정책 불신 불안감에 "무조건 사두자" 목동 금호 49평 일주일새 1억 7,500만원까지 올라강북·수도권도 상승 과열 "정부가 시장에 불지른 셈" 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일산에 사는 성모(46)씨는 요즘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난해 4월 32평형 L아파트를 47평형 B아파트로 갈아타지 않았더라면 '40평형대' 아파트를 사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당시 4억5,000만원을 주고 산 아파트는 현재 9억여원으로 1년 반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1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 10월 집값 상승률 발표 결과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천 등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한달 동안 5~10%나 값이 뛴 것은 시장이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밝혔던 정상적인 연간 집값 상승폭이 '물가 상승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정부의 집값 정책이 최소한 지금까지는 완전한 실패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최근의 집값 급등이 강남권 등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은평ㆍ영등포 등 비강남권과 구리ㆍ남양주ㆍ수원 등 외곽지역들이 10월 집값 상승률 상위권에 올라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평당 가격이 서울보다 높은 경기지역 아파트는 1월 12만5,140가구였지만 현재는 14만5,422가구로 연초 대비 16.21%나 늘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불안심리에 휩쓸려 '무조건 사자'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남양주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집값이 다소 높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약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불과 '임기 1년'이 남은 현정부의 집값안정대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주일 새 1억~2억원이 오르는 집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거래시장의 정상궤도 이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억'원대 상승 행진은 서초구에서 많이 나타난다. 서초 반포동 주공1단지 62평형은 1억5,000만원 오른 25억~26억5,000만원이며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85평형은 1억5,000만원 오른 25억~34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송파구의 대표선수격인 오륜동 올림픽선수촌 52평형과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66평형이 각각 1억7,000만원 오른 16억5,000만~18억8,000만원, 1억5,000만원 오른 25억~30억원이다. 30~40평형대 가운데서는 강남 대치동 선경2차 31평형이 1억2,500만원 오른 15억~16억5,000만원, 양천구 목동 금호어울림2단지 49평형이 1억7,500만원 오른 9억~1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재건축 역시 판교 낙첨자 등이 매수세력으로 들어오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여 둔촌동 둔촌주공1단지 25평형의 경우 일주일 만에 1억5,000만원 오른 11억~1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재건축단지는 개발이익 환수, 안전진단 강화 등 단계별로 강화된 재건축 규제와 상관없이 '묻지마 투자열기'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파구 상업지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말 한마디'로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한 잠실주공5단지는 한달간 2억원이나 치솟은 15억~15억5,000만원까지 호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북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이 강남의 집값을 다시 끌어올릴 촉매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도자들이 매물품귀 현상을 이용해 집값을 높여 부르고 매수자들은 불안감에 쫓겨 일단 매수에 나서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좀 더 안정적인 공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싸게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불을 지른 격이라 무슨 대책을 내놓아도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은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가수요'가 아니라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불안한 수요자'"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1/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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