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연말 자금난대비 자금비축

6월 회사채 순발행 2조 7,000억 급증 >>관련기사 기업들이 자금수요와 상관없이 회사채 발행을 앞당겨 비축자금을 많이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하반기 회사채 만기물량 증대와 연말 자금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5일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6월 국내기업(법정관리ㆍ화의ㆍ워크아웃기업 제외)의 회사채 순발행(상환액을 제외하고 순증한 발행액) 규모는 2조7,874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이후 5월까지 계속 1조원대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큰 폭 증가한 것이다. 또 기업이 단기로 쓰는 자금을 표시하는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은 6월 중 14.5%로 5월(15.8%)보다 하락, 기업들이 돈을 잘 쓰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 국고채 수익률 하락으로 자금시장에서 회사채 수요가 늘어 기업들의 자금확보 통로가 넓어진 반면 신규투자 동결과 감량경영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거의 없어 그만큼 비축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앞으로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 만기가 도래하는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기업 자금난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배경이다. 기업들의 회사채는 하반기에 ▲ 7월 3조1,000억원(투기채 1조4,000억원) ▲ 8월 6조1,000억원(〃2조6,000억원) ▲ 9월 4조8,000억원(〃8,000억원) ▲ 10월 7조5,000억원 ▲ 11월 6조7,000억원(투기채 1조2,000억원) ▲ 12월 4조7,000억원(〃1조7,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며 이중 고수익 펀드 등 정부 대책으로도 소화가 불투명한 채권은 4조원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채권시장의 변화와 시사점'이란 자료에서 "지난 5월부터 채권 유동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회사채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고채와 회사채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회사채(AA-)와 국채 수익률간 격차가 1.2%포인트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동성 지표인 일평균 거래량도 97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 올해는 5조6,000억원 등으로 견고한 안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기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