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대로 사기 치면 무조건 ‘손해배상’
앞으로 혈세를 빼돌리거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서 담합을 저지르면 형사처벌은 물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게 된다. 정부가 국고에 손실을 끼친 범죄자는 기소와 동시에 범죄수익 환수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불법폭력시위로 경찰장비를 부수거나 국가사업을 지연시키는 행위도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낼 방침이다.
법무부는 22일 서울고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을 꾸려 혈세를 빼돌리는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국고 손실 범죄는 형사처벌과 함께 범죄 수익을 환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법원의 형사판결 결과를 기다리다가 손배소송을 제기할 시기를 놓쳐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인 데다 국고 손실이 발생한 소관 부처에서도 소 제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방산비리, 국가사업 담합비리, 자원개발비리, 국가보조금 횡령비리 등으로 매년 수조원의 혈세가 줄줄 새 나가고 있지만 이를 되찾아오는 데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법무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국고손실 비리 사범은 수사와 행정조치 초기 단계에서부터 “범죄수익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사람은 기소할 때, 입찰 담합 기업은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때 소를 제기하는 식이다.
또 보조금 횡령 등 사기를 당한 소관 부처가 범죄수익 환수에 소극적인 점을 감안해 법무부의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이 환수 소송 업무를 총괄하기로 했다. 앞으로 행정부처에서 나랏돈을 빼돌리는 범죄가 발생하면 즉시 환수송무팀이 소송 절차 검토에 착수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기소 시점에서 손배소송을 제기하되 구체적인 소 제기 시점, 대상 등은 일정한 기준을 정할 방침”이라며 “현재 방산비리를 저지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중개 과정에서 1,100억원대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적극 손해배상에 나선다. 경찰청은 2009년 쌍용차 불법시위 과정에서 경찰장비가 파손되는 등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13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는데 이런 시위에 대한 소송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시위 등 장기간 시위로 공사가 지연돼 국가가 거액의 지연금을 부담했을 경우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시위에 대한 손해배상 확대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