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에서 ‘종말론’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0.75달러(1.6%) 상승한 배럴당 47.1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인 지난 8월 19일의 48.7달러에 비해 불과 1.6달러 낮은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는 연쇄적인 허리케인에 의한 석유생산시설 피해,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수출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종말론자들은 이를 단기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이미 세계적인 원유수급 불균형은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졌다는 게 종말론의 골자다. 그래서 대체에너지개발 등을 통해 원유의존도를 줄이지 않는 한 세계경제는 급정거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종말론자의 대표 주자는 원유지질학자인 콜린 캠벨. 그는 오는 2005년이면 전세계 석유생산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당초 세계원유생산량이 95년에 정점에 이른 후 내리막길을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10년 더 늦췄다.
에너지컨설팅업체인 PFC에너지도 캠벨과 같은 입장이다. 원유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해서만 의견을 달리할 뿐이다. PFC 에너지는 이달 초 오는 2010~2015년 사이에 전세계 원유생산이 최대치를 기록한 후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이클 로저스 PFC에너지 이사는 “이미 전세계 48개 산유국 가운데 33개국에서 원유생산이 정점을 기록했거나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석유메이저들의 원유탐사 및 생산예산가운데 탐사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0년새 30%에서 12%로 줄었다”며 “이는 새로운 유전탐사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원유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하루 원유소비량은 현재 8,200만배럴 수준이나 오는 2030년에는 1억2,0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원유 수급불균형도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