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안정기금 실효성 의문

WSJ "재정적자국 국채발행 가로막아… 긴축이 현실적 대안"
그리스, 리비아 투자 유치 나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이 이달 7일 7,500억 유로 규모의 유로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자금 조달과 기금 운영을 위해 신설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이번 합의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유로존 회원국들의 지급 보증 아래 채권을 발행할 경우 그리스 등과 같은 재정적자 국가들은 오히려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부도 위험이 큰 나라의 국채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나라들은 독자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해도 실패하기 쉽다는 얘기다. 또 유로존의 우량 국채인 독일 분트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그리스 등과 같은 나라는 국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SPV 채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재정적자 국가들의 독자적인 채권 발행 역량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로안정기금이 위기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개별 회원국들의 재정긴축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 국가들이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긴축정책이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져 유로존이 이번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0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1%로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긴축 정책으로 유럽의 경제 성장 속도가 미국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로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일 뉴욕 시장에서 유로당 1.1973달러로 마감한 유로화는 9일 오전 런던시장에서 1.1925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지난 7일 1.1877달러를 기록, 4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호주 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카르는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유럽을 앞서고 있기 대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먼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저금리로 자산 버블 가능성이 있는 만큼 FRB가 올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는 제로 수준의 금리(0~0.25%)를 1%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경제 회복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비아로부터 투자 유치에 나선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오르기우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리바아를 방문,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달 알-바그다디 알리 알-마흐무드 리비아 총리가 그리스를 방문한 뒤 이뤄진 것으로 관심이 높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리비아 국부펀드와 에너지 회사의 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부친은 8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했으며 당시 가다피 원수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번 방문으로 리비아의 그리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앞서 중동 지역을 방문해 중동 국가와 이 지역 원유 천연가스 업체들로부터의 외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FT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등과는 이미 투자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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