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선진국의 반열에 확고히 서기 위해 정보화와 더불어 국제 물류대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의 급속한 성장과 우리의 유리한 입지여건을 고려할 때 한반도의 물류중심기지화 전략은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이자 번영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특히 부산신항과 광양항을 조기 개발해 동북아 중심 항만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일은 인천국제공항 개장과 함께 전략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사업이라 하겠다.
중심 항만을 얘기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환적(換積)화물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환적화물은 수출입화물과 달리 제3국간의 운송을 위해 잠시 우리나라 항만에 내려놓았다가 다른 배로 옮겨싣는 화물을 말하는데, 물류업계에서는 이를 '황금알'에 비유하기도 한다.
환적화물이 황금알에 비유되는 것은 한번의 하역으로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수입화물이나, 한번의 선적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수출화물과는 달리 하역과 선적과정을 모두 거치게 돼 두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만 내에서만 처리되기 때문에 육상수송으로 인한 교통체증도 유발하지 않아 각 항만에서는 이를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1997년 전경련이 펴낸 '항만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의하면 환적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면 약 200 달러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승용차 한대를 수출해서 얻는 순이익의 두 배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 항만에서 처리한 환적컨테이너가 311만개로니까 자동차 600여만대를 해외에 팔아서 얻는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반경 2,000㎞ 안에 14억명의 거대 배후시장을 가지고 있고, 세계 주요 간선항로상에 위치하고 있어 일찍이 환적화물을 유치하며 국제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한 싱가포르 못잖은 지정학적 여건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항만산업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투자라 하겠다.
정부는 인접국 항만과의 환적화물 유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산항과 광양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항만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광양항 신부두와 부산항 신감만부두를 개장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환적중심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항만시설을 조속히 확충하고, 선진 항만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등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유정석<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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