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기 유학 열풍 '기러기 아빠' 만들어

워싱턴포스트 보도

한국에서는 조기유학 열풍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 등 영어권 국가로 보낸 후 남편만이 홀로 국내에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기러기 아빠’가 크게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강원랜드 슬롯머신 운영책임자인 김기엽(39)씨의 가정을 예로 들어 ‘기러기 아빠’ 가정이 겪는 고충을 소개했다. 김씨는 현재 태백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반면 아내는 세 아이와 함께 볼티모어 남쪽 엘리컷시에서 살고 있다. 신문은 “기러기는 한국에서는 부부간의 평생 해로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상징물로 먼 거리를 마다않고 먹이를 잡아 새끼들을 먹이는 새”라며 “기러기 아빠 가정이란 아이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갈라진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기러기 아빠 가정의 숫자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난 2002년 현재 조기유학생 수가 1만명에 이른 것을 감안할 때 기러기 아빠 가정 숫자를 짐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고 있는 조기유학 열풍 배경에 대해 “한국은 인터넷과 초고층 상가 등을 기준으로 하면 선진국이지만 교육체제는 아직 왕조시대 때나 다름없다”면서 “직업과 사회적 지위는 물론 배우자마저도 시험성적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창조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한국사회에서는 영어구사력과 국제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미국교육을 경험한 사람이 우대받고 있다”며 “일류대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러기 아빠들의 비만증세ㆍ외도ㆍ자살 등 가정해체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소개하면서 가장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은 희생인 동시에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 거주하는 조기유학생들은 대체로 현지 교육환경에 만족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김씨의 장녀 한나는 학교성적도 좋고 방과 후 학교 밴드활동 등 미국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유진은 한국 아이들과만 사귀고 “영어는 재미없다”며 영어를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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