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전격 사퇴


경제민주화 압박에 “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19일 주총 소집공고 공시를 내면서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키로 하고 각각 2010년 3월과 2011년 5월부터 두 회사의 등기이사로 선임돼 자리를 지켜왔던 정용진 부회장을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고 20일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2011년 기업 인적분할 당시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각사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정 부회장 외에 다른 사내 등기이사진도 대부분 교체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경제민주화 요구와 대기업에 대한 압박속에 최근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배제 등과 맞물려 오너일가가 경영전권을 갖고 법적 책임을 지는 기존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러나 이번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이 최근의 검찰조사 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노조설립 방해파문과 더불어 현재 정 부회장이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런저런 압박을 받고 있는 신세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강도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화려하게 경영 전면에 나섰는데 일단 씁쓸하게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됐다"며 "본인으로서도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2007년 증여세 3,500억원을 전액 납부하며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화려하게 등장했던 정 부회장으로선 이번 사퇴로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경영일선에서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그룹측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기존 사업을, 정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을 맡는 방식의 구도가 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재벌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선회가 따가운 사회적 비판을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의 방향이 재벌 총수를 향해 압박하자 주요 기업들은 그룹의 등기이사에서 오너일가를 슬그머니 빼는 추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상황은 재벌그룹의 근본적 경영 구조 변화라기보다는 일단 책임을 피하고 보자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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