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계획 포기 선언 등으로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세계 유수 언론들이 뽑는 `올 해의 인물` 등에 빠짐없이 등장해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국제 사회의 이단아`로서의 김 위원장의 `세계적 유명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최근의 보도 내용이 종래의 막 돼먹은 `괴물 독재자`에서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명암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뉴스앤월드리포트는 29일자 최신호에서 “후세인 체포 이후 김정일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악의 무리` 명단에서 오사마 빈 라덴 다음의 위치에 서게 됐다”며 “2004년은 미국의 북핵 해결 과정에서 결정적인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특히 미국의 협상 파트너인 김위원장의 개인적 면모를 강조하면서 “한때 `술 취한 바람둥이`로 무시당하던 그가 이제 다른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영민한 인물`로 묘사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의 경험담과 그동안의 부정적인 통설을 자세히 전했다.
시사주간 타임도 같은 날자 최신호에서 `올해 전세계 뉴스의 중심이 됐던 인물 15인`에 김 위원장을 올렸다.
“그는 늘 전세계 독재자 집단의 포스터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한 타임은 “미국은 후세인 처리 때와는 달리 지금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고 있지만 (김정일은) 미국의 사찰단을 쉽사리 환영할 인물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최근 `올해의 풍운인물 10걸`을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을 4위에 올려놓았다. 신화통신은 “북한이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신화통신은 “북한이 올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핵무기 보유 시인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 같은 미국에 대한 도전이 이라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7일 김 위원장을 중국의 전직 지도자들과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한국 내에는 김 위원장을 중국 개방의 기수 덩샤오핑에 비교하는 쪽과 반대로 체제 보존을 주장한 마오쩌둥에 비교하는 시각이 공존한다”며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어떻게 평가하든 가장 큰 문제는 최근 수년간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김 위원장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