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다시 피는 비즈니스의 새싹을 잡아라!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라크가 본격적인 재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의 원유 매장량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엘도라도'로 불리면서 사업기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에서 이라크 전쟁의 경험이 있는 미 고위관리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의 고위 외교관 및 군인들이 공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새롭게 재건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사업가로 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최대 무기는 이라크 근무경험을 통해 현지정세에 훤하고 현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해 놓았다는 점. 이를 최대한 활용해 석유개발을 비롯한 각종 사업영역에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미 정부의 지원도 한몫 한다. 미국은 지난달에 양국의 고위관료 및 사업가 900여명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사업투자는 이라크 경제의 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이라크 과도정부를 이끌었던 제이 가너 미 예비역 중장은 현재 캐나다 석유업체 '배스트 익스플로레이션'의 고문으로 있다. 그는 이 회사가 2년 전 북부 쿠르드 지역의 유전개발에 참여할 때 이사로 임명됐었다.
회사 대변인은 "그는 이라크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라 회사에 유용하다"며 "(개발지역은) 위험한 곳이라 이라크 내부와 끈이 닿아 있는 군인출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재 미 대사였던 잘메이 칼릴자드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컨설팅업체의 대표로 변신했다. 그는 이라크 및 기타 중동지역에 진출하려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전략 등을 조언해 주고 있다.
FT는 "(참전했던) 미 관리들이 은퇴 후 사업활동에 나서는 것은 일반적인 경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이라크인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석유확보'라는 이라크 전쟁의 숨은 목적이 달성된 만큼 미국인이 이제 본격적인 '석유사냥'에 나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다르가 미국인의 이라크 경제 진출을 강력히 비난하는 등 종교 지도자들이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이끌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주스트 히틀러만 중동담당 분석가는 "미국인이 북부 쿠르드 지역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라크 내 다른 지역에 팽배해 있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인식은) 전쟁이 석유 때문이었고 미국은 쿠르드인과 한 패를 이뤄 석유를 마구 뽑아내려고 한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