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 역할 강화하려면투신 주식투자 비중 높여 '안전판' 기능 맡도록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투신과 연기금의 시장개입 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관의 주식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5.8%에 머물러 40%를 웃돌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기관의 중심축인 투신의 보유비중은 4.6%로 미국(18.2%)에 비해 4분의1 수준으로 한참 뒤처져 있다.
투신 전체 수탁액이 160조원 정도에 이르고 있다지만 주식형 펀드는 순수주식형(8조5,000억원)과 30% 가량의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혼합형 펀드(14조원)를 합해도 기껏해야 12조~13조원 안팎이다. 수탁액에 비해 주식비중이 너무 적기 때문에 투신이 시장안전판 역할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투신의 몸집을 불리려면 무엇보다 간접투자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주식에 투자하는 은행의 신탁부서에 대한 구조개편이 요구된다. 조재환 민주당 의원은 "신탁사업을 자회사나 지주회사처럼 독립법인으로 완전 분리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서만 전문성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투자전략 수립 및 조직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적인 위험관리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투신에 위탁하는 아웃소싱을 늘리는 등 주식투자 활성화의 지름길로 분석되고 있다.
주식투자를 가로막는 숱한 규제의 완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뮤추얼펀드를 설립하려면 보름 정도의 기간과 수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신 겸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각종 상품개발을 가로막는 장벽을 철폐하고 무기명 수익증권 발행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연기금제도의 개선은 간접투자시장 활성화와 직접 연결될 뿐 아니라 기관의 역할증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꼽힌다.
지난 2000년 말 현재 국내 연기금의 자산규모는 345조원으로 이중 공공기금(266조원)의 주식투자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의 자산 대비 주식투자 비중은 11%이지만 미국(개인ㆍ기업연금 48%, 공무원연금 64%), 영국(66%), 캐나다(29%), 일본(19%)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따라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빨리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 기금운용의 자율성 보장 ▲ 연기금 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 및 책임 부여 ▲ 운용의 투명성ㆍ신뢰도 제고 ▲ 기금위탁 전문운용 펀드 설립 ▲ 과학적 운용기법 도입 등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성금성 현대투신운용 이사는 "국민연금은 갈수록 기금이 바닥나기 때문에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의 투자비중이 20~30%로 늘어나면 증시 매수기반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인이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업연금제도도 하루빨리 도입해 장기적인 간접투자 상품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은 "앞으로 투신에 위탁하는 간접투자 관행이 정착되는 한편 연금의 주식투자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 역시 시간과 정보가 부족한 직접투자 대신 안정적이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간접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