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지금까지 고작 50여년의 세월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서도 시대는 몇바퀴씩 반전을 거듭해왔다. 70대이후의 나이든 세대는 일제의 황국신민에서부터 좌우대결과 건국의 주역 그리고 6.25 및 5.16의 주역이 되어야하는 시대를 살았다.자의든 타의든 시대가 개개의 인생행로를 바꾸었다. 행·불행이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고문경관의 도피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70대의 전직 고위 경찰간부도 시대가 인생행로를 바꾼 사례중의 하나이다.
60대와 50대는 이른바 개발년대의 중추세력이었다. 비록 이젠 주역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는하나 그들의 구멍 속에는 지나날의 사명감과 자부심이 미미하나마 아직은 불타고 있다. 영화의 찌꺼기도 남아있다. 또 동시에 경제파탄에 대한 자괴심이 아프게 고여있기도하다.
40대와 30대는 개발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민주화의 거친 세례를 함께 맛본 세대이다. 사회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각자가 파 놓은 각자의 구멍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세대라고 할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구멍에서 고개를 내밀어 세상을 본다. 세상이 다르게 보일수밖에 없다. 한가지 일에 대해 극단의 생각이 대립되어 다투는 것은 구멍이 다르고 시각이 다르기때문이다. 근자엔 고개를 내밀면 바다 건너도 볼수 있게 된다. 우리만 볼수 있는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를 본다. 그래서 서로 다른 소리를 해댄다.
구멍을 파고 사는 게도 있지만 게중에는 버려진 고동껍질을 줏어 집으로 삼는 게도 있다. 구멍 속에서 토해내는 소리도 서로 달라 곤혹스러운 판인데 고동껍질을 뒤집어 쓴 소리가 또 참으로 다양하여 헷갈린다. 그 고동껍질을 수시로 버렸다 썼다하니 더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을 마친 젊은 학생들은 몇년 뒤 새 일꾼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 그들을 맞을 시대가 어떤 시대일지, 또 그들이 팔 구멍이 어떤 것일지, 궁금도하고 걱정도 된다.
/鄭泰成(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