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표준화 속도 높이자

지난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데 이어 5월 초에는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 막이 올랐다. 미국ㆍ유럽과 당당하게 머리를 맞대고 무역 협상을 하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FTA 협상이 잘 마무리돼 발효된다면 세계의 경제선진국들과 자본ㆍ기술ㆍ상품ㆍ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소위 ‘국경 없는 경제’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발전 효과를 얼마나 얻을지는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IMF 외환위기가 준비되지 않은 개방이었다면 이번 FTA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능동적 개방”이라고 밝힌 삼성경제연구소의 평가는 그래서 곱씹어볼 만하다. FTA의 효과를 배가시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먼저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해외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 선진기술 도입 및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환경 조성과 규제 개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우수 인력들이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개방된 지식 기반형 사회구조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또 자유무역 추세가 확산되면서 최근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국제표준화(Global Standardization)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상품을 차별화하되 거래 기준, 상품코드는 국제표준화 추세에 맞춰 세계 어디서나 자유로운 주문과 생산ㆍ수송ㆍ판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와 재화 및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필품 유통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국제표준을 활용해왔다. ‘880 코드’로 알려진 GS1(Global Standards No.1) 국제표준코드는 국가간의 상품과 원자재의 원활한 교역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 대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세계 경제적으로는 다양한 상품을 대량 생산ㆍ수송ㆍ판매와 결제 등 현대 대중 경제를 탄생, 발전시키는 기반을 제공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풍요로운 사회로의 진전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제표준코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GS1 총회는 매우 뜻 깊은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 106개국 회원기관 대표와 미국 월마트ㆍ피앤지 등 전세계 약 100여만개의 주요 유통ㆍ물류ㆍ제조 업체들이 모여 활동하는 민간표준기구인 이 단체에서 합의된 표준은 전세계에서 바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국제표준이 된다. 올해 총회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300여명의 유통물류 분야 비즈니스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선인식(RFID)기술과 2차원바코드, 글로벌 전자카탈로그 등 미래의 유통ㆍ물류산업의 국제표준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논의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RFID 표준화 부분이 주목을 받았다. RFID기술은 원거리의 상품들을 다량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이동 위치를 파악해 제조ㆍ물류ㆍ유통 업체간에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고 제조 업체들에는 무재고 적시 생산을 가능하게 해 국가 산업경쟁력 혁신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유통 업체인 미국의 월마트는 이미 2005년부터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1,000여개 지점에서 RFID기술을 이용한 결과 재고 품절률이 16%나 줄고 과잉 주문도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2007년 중 400개 지점에 RFID기술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GS1 서울 총회가 진행되는 한 주를 ‘RFID 위크’로 지정했다. 이 기간 동안 GS1 서울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적인 RFID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해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리더스 그룹 회의와 전시회도 열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차세대 RFID 전자정보서비스(EPCIS)의 국제표준을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됐다. 국제표준에 대한 인식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전국민으로 확산돼야 할 과제다. 이번 GS1 서울 총회와 ‘RFID 위크’ 행사가 국제표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과 개인이 모두 FTA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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