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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서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사를 통해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창조경제를 앞세워 경제부흥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지금 세계경제는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를 거쳐 '창조경제'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다. 과거 산업경제의 원동력이 인간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이었다면 지식경제의 시대에는 정보와 지식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리고 앞으로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미래학의 대부'로 불리는 짐 데이토 교수도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꿈의 사회(Dream Society)'라는 해일이 밀려온다"며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앞으로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이 기술과 지식, 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 짓는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도 창조경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기반 위에 문화예술적 감성이 유기적으로 융합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창조사회에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도 필요하다"며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손꼽히는 것도 상상력을 촉진시키는 문화예술적 풍토 속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내며 창조산업의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문화 속에서 자라난다. 이를 통해 유대인들은 자연스레 창조경제의 근간이 되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나간다.
오늘날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벤처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인 '후츠파(Chutzpah)' 정신 역시 토론과 대화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탄생했다. '당돌하고 뻔뻔함'이라는 뜻의 후츠파 정신은 상상력과 창의성의 토대 위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으로 이어지며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전세계 뮤지컬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은 상상력과 창의성에 기반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은 1997년 '쿨 브리태니아(Cool Britania)' 전략을 발표하고 영화ㆍ광고ㆍ디자인 등 창조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6년 영국은 창조산업에서만 약 110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세계 3대 콘텐츠 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과 문화가 만나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일명 '뽀통령'으로 불리며 전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뽀로로'는 국내에서 캐릭터 상품 매출로만 연간 8,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뽀로로 애니메이션은 이제 국내를 넘어 전세계 127개국에서 방영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뽀로로의 연간 경제효과만 5조7,000억원, 브랜드가치도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서울포럼 2013'에서는 국내외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과학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의 성공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를 제작한 김일호 오콘 대표는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애니메이션은 물론 장난감ㆍ패션ㆍ교육ㆍ캐릭터숍ㆍ테마파크 등 다양한 형태의 수익원을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현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아울러 그는 작품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브랜드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K팝(K-POP)' 열풍의 선구자인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는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진출 방안을 모색해본다. 김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의 해외사업팀을 총괄하며 보아ㆍ동방신기ㆍ소녀시대ㆍ슈퍼주니어 등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와 과제에 대해 들려준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XB브와 글로벌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맞는 전략을 통해 K팝 열풍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