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김종훈씨의 씁쓸한 귀국(?)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씁쓸하게 미국에 돌아왔다. 그는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만나 자신으로 인해 이중국적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던 그가 자신을 낳아준 조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 불과 보름 만이다.

미국에 터를 잡고 사는 200만 한인동포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난 한인사회의 한 지도자급 인사는 "이렇게 할 것이었다면 왜 그를 데려갔냐"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사전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살면서도 유대 규범을 지키는 유대인들과 그들의 거주 지역을 의미했던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국을 떠나 해외에 나와 있으면서도 고국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소속감을 갖는 이민자들을 일컫는 보통명사로 변했다. 지난 2011년 그리스가 국가 부도 사태에 처하자 그리스 이민 3세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국채 발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JP모건체이스은행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좋은 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서 성공 신화를 일군 김 전 내정자를 기용하려 했던 것도 이러한 디아스포라의 힘을 빌려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험은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실패했다.

국내 정치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맷집'도 없이 뛰어든 김 전 내정장의 개인적인 판단 착오를 탓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해외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웠던 박 대통령, 그리고 새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김 전 내정자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던 그 시간 미국에 거주하는 600만 유대인들의 거대한 로비집단인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워싱턴DC에서 연례총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68명의 미국 상원의원과 320여명의 하원의원이 모여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 몸임을 합창했다.

이번 김 전 내정자의 낙마가 한국에 뿌리를 두고 해외에 거주하는 유능한 인재들을 어떻게 하면 국가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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