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온라인게임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절실한 때입니다. 온라인게임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또 어디 있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온라인게임이지만 임동근(50) 한국게임산업연합회장에게는 `불안한 선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했다. 비록 지금은 `월드 베스트`일 지 몰라도 일부 업체의 고군분투를 팔짱끼고 지켜만 보는 한 후발국에 언제든지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리니지` 하나로 벌어들인 외화가 218억원. 거의 대부분이 순이익이나 다름없는 이 돈을 벌려면 요즘 러시아에서 인기 폭발이라는 `초코파이`를 5,000억원 어치는 수출해야 한다는 게 임 회장의 생각이다.
이 같은 효자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 연합회는 올해 `게임산업은행(G뱅크)`의 설립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단박에 `게임에 웬 산업은행.`이라는 반응이 나올 법 하지만 임 회장의 태도는 사뭇 단호했다.
"고작 10명이 모여 게임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게임 하나에 수천만 달러를 쓰는 EA, MS같은 업체와 승부하려면 산업의 구조조정을 도와주는 G뱅크가 꼭 필요합니다."
수출역량이 있는 업체는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게 도와주고, 그렇지 못한 작은 업체는 각자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특화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거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설 3년만에 세계 최대의 게임대회로 자리잡은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 대해서도 임 회장은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진정한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하려면 대회 운영을 한 기업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 WCG는 삼성전자가 출자한 ICM 주관으로 치러지고 있다.
"삼성을 위해서나 게임산업을 위해서나 WCG는 범국가적인 지원 하에 열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문화강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죠."
이를 위해 그는 한국 주도로 `세계게임연맹`을 창설해 WCG의 주관을 맡기고 국내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게임표준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문화관광부나 삼성전자 등이 전폭 후원한다면 가까운 장래에는 WCG를 무기로 세계 곳곳에 `문화원조`도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임 회장은 "10년 뒤 우리 문화산업의 모습에 대해 지금의 업계 리더와 정책 당국자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기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